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8.07.30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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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언제인지는 잘 기억나진 않는다. 연수 마지막에 저자 강연으로 이분 강연이 잡혀 있었다. 소설 작가인가? 생각했다. 남들 다 가길래 갔던 연수였고, 그 당시 난 뉴스도 신문도 안 보고 살았다. 이분을 모른다니까 다른 선생님들 표정이 `이런 무식한 애를 봤나'하는 표정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강연장에 들어가 앉아 강연을 듣는데 초반에 기타 들고 노래하기에 예술 하는 분인가 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중 한 분, 우석훈 선생님. 나 빼고 아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선생님들이 다 알았을 경제학자였다.

저자 강연 이후 `88만원 세대'나, 언급되었던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그 이후에 읽었다. 아쉬웠다. 강연 듣기 전에 책 좀 읽고 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했더랬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 육아 서가에서 오늘 소개할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책을 봤다. 정말 뜻밖의 서가에서 우연히 만난 탓에 처음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같은 사람이 맞다. 어? 하고 다시 표지와 뒤표지, 책 날개까지 확인해본다. 육아 체험담 맞다. 그것도 늦깎이 아빠의 육아 이야기인 것이다.

아빠의 육아 이야기라니. 그분이 왜? 당연히 흔히들 말하듯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학자이자 관료로 있을 거라 생각했다. 뒤표지를 읽어보니 40줄, 결혼 9년 만에 두 아들의 아빠가 되어 집에 들어앉아 육아를 했어나 보다. 어라? 싶었다.

책은 아이가 생기고 난 이후의 변한 삶을 이야기한다. 둘만 있을 때는 간단했던 선택이 넓어진다. 들어가는 돈도 많아졌다. 이 책 제목이 된 한 해녀 할머니의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에게 두 푼 나가고….' 라는 인터뷰처럼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부모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직접 아이를 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유모차를 고르고, 아이용품을 물려받으며 분유와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와 놀아주고 교육하면서 경제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낼 것인지 고민하는 이야기라던가, 만화를 줄이기 위해 아이와 엄청난 싸움을 하는 이야기 등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야 할지 박물관 가기 전에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지 등 직접 체험한 육아 팁도 있다.

읽으면서 참 사실 얼떨떨했다. 직접 아이를 키우는 사람 맞구나 싶다. 남성 육아휴직제도가 잘 되어 있지만, 실제 여러 이유로 못 쓰고 안 쓰는 게 당연한 나라에서 우석훈 선생님 개인에게도 육아 체험은 아마 큰 재산이 될 것 같다. 물론 아이 키우기를 어려워하는 아빠에게도 어느 정도의 지침서가 될 수 있지 싶다.

블로그를 방문해 보니 다음 이야기는 도서관 이야기가 될 듯하다. 강연 때 도서관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에 따른 답이 책으로 나오려나 보다. 즐겁게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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