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성과급 잔치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7.3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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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가뜩이나 불황에다 최저 임금 인상 논란으로 시름에 잠겨 있는 자영업자들에겐 천불이 날만한 소식이다.

국내 4대 은행의 상반기 이자 수익이 10조원을 넘어서고, 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뉴스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1/4분기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4대 은행의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2680만원. 이를 넷으로 곱하면 연말까지 합산해 받게 될 은행 직원들의 총 연봉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1분기에 은행 직원들이 이처럼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둔 덕분이다.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임원들은 물론 하위직까지 골고루 `포상금'을 받아 챙겼다. 임원진도 지난해 말 사상 최대 수준의 연봉을 챙겼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21억원, 윤종규 KB금융지주해회장은 17억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9억원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역시 9억원대 연봉을 챙겼다.

서민들이 천불이 나는 이유는 이들의 고액 성과급 잔치가 서민들, 금융 약자들의 등골을 짜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은행이 전당포 영업을 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까.

실제 은행들은 기업 대출을 외면하고 가계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기업 대출 비중은 IMF 외환 위기 직후 전체 대출 총액의 2/3를 차지했으나 최근 들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기술력을 담보하는 대출은 대부분 외면하고 `저당 대출'만 선호하고 있다. 물건을 잡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 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 대출을 외면하고 있는 은행들은 손쉽게 안정적으로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가계 대출에 치중해 고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예대 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를 이용해 거둔 수익률)'을 통해서도 큰돈을 벌고 있다.

올해 2분기의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는 2.35%포인트다. 고객들이 100조원의 돈을 은행에 맡겼다면 이를 다시 대출해주고 1년간 2조3500억원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시중 은행의 총 예금 자산이 1299조(2016년 6월)이니 이 돈으로 예대 마진만 챙겨도 연간 30조원 정도의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 소식이 보도되자 정부, 정치권이 비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30일 성명을 내고 “예대 마진으로 (부당하게) 수익을 챙겨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은행장들이 연봉으로 최대 20억원까지 챙겼다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정부의 입'을 대신해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은 상황에서 은행권의 수익이 은행권에서만 향유 되는 것이 아니냐는 사회 전반의 비판적 인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존립은 소비자의 신뢰”라는 뼈있는 말도 던졌다.

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시중은행 문턱이 높아 연리 20%대 이상의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찾고, 그곳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수십, 수백 만명의 금융 약자들. 금융경제의 민주화는 언제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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