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한 권의 책
  •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 승인 2018.07.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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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지난해 여름 `휴가지에서 읽는 10권의 책'이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돌이켜보니 책 냄새 맡은 지가 까마득한 위인이 되어 관성대로 살고 있었다.

평소 읽고 싶었지만 갖가지 핑계로 읽지 못한 책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을 골라 10권의 목록을 작성했다.

대여섯 권의 책을 펼쳐놓고 벼락치기 시험을 준비하던 때를 떠올리며 `1달 동안 10권쯤이야'하고 생각했던 이 계획이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 드러나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젊은 가슴을 격동시키던 문장과 단어가 새로운 의미와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머릿속의 기억과는 다른 책갈피의 표현들에 당황하기도 했다.

문장은 의연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건만 그 뜻과 맛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아 움직였다.

활자(活字), 죽지도 고여 있지도 않은 살아 있는 글자.

그 이름을 지천명을 넘어선 이제서야 제대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기존 해석을 유지하려는 관성과 새로운 해석 사이에서 모처럼 느끼는 긴장감.

여기에 세월이 선사한 노안과 저질 체력.

이들 사이에서 아찔한 줄타기를 하며 `한여름밤의 꿈'은 단 한 권으로 막을 내렸다.

진천군이 지난 20일 조명희 문학관에서 `2018 진천의 책 선포식'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 시작한 `진천의 책' 사업은 군민이 선정한 한 권의 책을 8만 군민이 함께 읽고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는 범군민독서운동이다.

군은 지난 3월부터 군민이 추천한 책 89권을 대상으로 군민 선호도를 조사하고 진천군립도서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소중애 작가의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아동 부문)와 고미숙 작가의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일반 부문)를 2018 진천의 책으로 선정했다.

군은 범군민독서운동 정착을 위해 독서릴레이운동, 독서감상문대회, 독서토론회 등 다양한 후속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책을 읽자는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결해 독서문화 정착으로 이어가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자리에 참여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재야의 고수를 만나 나의 생각이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지며 정리되는 경험이다.

한 권의 책이, 단 하나의 문장이 한 사람의 인생을 역사에 빛을 남긴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물론 자신의 지성미를 과시하는 장식품으로서 책읽기 만한 것도 드물다.

단지 심심풀이를 위한 것으로 독서를 권하는 일에 주저할 이유도 없다.

진천군이 권하는 것은 열 권도, 두 권도 아닌 `딱 한 권'이다.

하나 더 책을 읽는 것만큼 따분하고 지루한 일이 없다는 사람들에게 특히 폭염으로 잠 못 드는 요즘 독서란 `이보다 좋은 것은 없는'훌륭한 수면제이기도 하다.

하여 어떠한 이유로든 책을 가까이하는 것은 매력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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