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의 운명
현수막의 운명
  • 임도순 수필가
  • 승인 2018.07.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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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임도순 수필가

 

딱히 정해지지 않은 대상을 상대로 알림이 역할을 한다.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정해진 장소가 있지만 양옆에 의지할 기둥이 있으면 어디든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일정한 기간 내에 더 많은 대상에게 알려야 하는 책무를 띠고 명을 다 할 때까지 버티며 주어진 일을 수행한다.

맡긴 일에 성과는 판단하기 어렵다. 주장이나 입장을 알리는 선전문이나 구호 따위를 적어 걸어 놓은 현수막(懸垂幕)이 올해 6월에는 선거가 있어 대단한 활약을 하였다. 선택을 받으려는 문구가 다양하고 나름대로 독특하여 주민들이 더 관심을 갖고 보았다. 수량이 많아 무분별하게 게시하였지만 단속이 안 되어도 게시 장소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현상이고 누구나 그렇게 하니 탓하지도 않았다.

언제고 게시되는 만원사례다. 누구나 알아야 할 내용을 전달하는 문구, 아파트 분양이나 개업을 알리는 내용도 있다. 단체 활동에서 책임을 지며 취임하고 이임하는 내용, 각 단체에서 행사 내용을 알리는 문구, 학교 동문이 정해진 날과 만나는 장소를 알리는 내용도 있다. 수시로 바뀌며 정해지지 않은 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많이 활용한다.

임시로 홍보하는 수단은 다양하다. 벽보, 선전탑, 전단지, 입간판 등이 있어도 좋은 점과 허물이 되는 점이 있어 선택은 자유다. 일정한 기간에 광고를 통하여 홍보하는데 그 홍보물이 빨리 입소문으로 변하여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어야 한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현수막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함께하면 더욱 효과가 있지만 비용관계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수막의 수명은 짧다. 어디든 게시하여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홍보로 수명을 다하는 기간이 15일로 정해져 있어 제한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오래 버틸 수 있지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가 만만치 않다. 삶의 터전에서 그 환경이 수시로 바뀌고 이용하는 고객이 너무 많아 더 오래 유지하려다 보면 강제로 철거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작이 가능하다. 글씨나 그림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이 컴퓨터와 인쇄 기계에 의해 다양하게 만들어 낸다.

예전에는 손으로 직접 써야 되었기에 수량에 제한을 받았고 자유로운 표현은 더더욱 할 수가 없었다. 글씨 쓰는 솜씨가 아주 좋아야 했던 그때가 옛날이 되었고 이제는 어떻게 표현할지 아이디어만 좋으면 원하는 대로 제작된다.

수명을 다한 현수막의 운명은 어떨까. 재활용으로 다시 태어나는 비율이 극히 미미하다. 시장바구니나 앞치마 등으로 활용되지만 대부분이 폐기처분 된다.

광고나 행사 홍보를 위해 제작되어 일정한 기간제 기능을 하고 마지막을 고하는 현수막은 화학 섬유인 폴리에스터로 소각이나 매립되면서 환경오염에 앞장선다.

일 년에 태어났다가 없어지는 현수막이 몇 백만장은 될 텐데 홍보라는 이유로 계속 사용을 해야 하는지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판단해야 한다.

언제 어디를 가나 지천으로 설치되어 있는 현수막을 본다. 두드러지는 홍보 방법이라도 미래의 환경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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