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피해 속출 `농가 울상'
농작물 피해 속출 `농가 울상'
  • 지역종합
  • 승인 2018.07.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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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 15일째 기록적 폭염 지속
열매 맺은 포도 말라죽고 사과는 햇볕에 화상
고추·옥수수 시들 · 호박은 자라지 않는 현상도
지자체, 스프링클러 대여 등 피해 최소화 총력
영동 오세운씨가 폭염에 말라 죽어가는 포도 송이를 잘라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영동 오세운씨가 폭염에 말라 죽어가는 포도 송이를 잘라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15일째 이어진 충북지역에서 포도가 말라죽고 사과는 햇볕데임(일소 日燒)이 발생하는 등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다.

포도농가가 많은 영동군이 폭염 피해가 발생하면서 농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40년 동안 포도농사를 지으며 이런 낭패는 처음이여. 농사를 계속 지어야할지 말아야 할지 울고 싶을 뿐이여.”

지난 24일 영동군 추풍령면의 한 마을에서 만난 오세운씨(67)는 애써 가꾼 포도가 말라 죽어가는 밭에 앉아 탄식을 거듭했다.

오 씨는 2년 전 새로운 소득 품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품종 포도 `샤인머스켓' 200그루를 심었다.

40여 년간 `캠벨얼리'와 `거봉' 포도를 재배해 오다 군의 권유 등에 따라 큰맘 먹고 품종을 바꿨다.

어린 묘목을 심은 뒤 병해충 방지를 위해 비가림시설을 하고, 바닥 피복을 입히는 등 2년 동안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1500여만원을 투자했다.

각고의 노력이 결실을 이뤄 올해 포도 송이가 주렁주렁 열렸고, 오씨는 수확의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최근 계속되는 폭염에 오씨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폭염이 시작된 열흘 전부터 포도밭의 온도가 46도까지 올라가더니 잎이 타들어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포도 열매까지 말라 죽기 시작했다.

폭염이 길어지면서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이제는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 됐다.

오씨는 “나무라도 살려보자는 심정으로 자식같이 키운 포도송이를 잘라내고 있지만, 폭염이 열흘 정도만 더 계속되면 포도나무도 말라 죽을 것 같아 속이 타들어간다”고 하소연 했다.

오씨의 이웃인 강성구씨(67) 포도밭도 마찬가지다.

350그루의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강씨도 폭염에 말라 죽어가는 포도송이를 잘라내느라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강씨는 “포도나무를 모두 뽑아 버리고 같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폭염 피해는 사과농가로도 번지고 있다. 사과 열매가 강한 햇볕에 화상을 입어 반점이 생기는 `일소(日燒)' 피해가 시작되고 있다. 피해 부위에 탄저균이 감염돼 탄저병이 창궐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제천에서는 고추·옥수수 등 일부 밭작물에서 잎이 시들거나 호박이 자라지 않는 현상을 보였다.

폭염 피해가 늘자 각 시군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수세가 약한 2~3년생 포도나무에서 폭염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며 “되도록 포도나무를 3년 이상 키운 뒤 열매를 맺도록 하고, 통풍과 적절한 관수, 배수 등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여름 가뭄이 심화되면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필요시 읍면동에 보관 중인 스프링클러, 양수기 등을 해당 농가에 대여해 피해예방 최소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증평군도 테스크포스팀을 중심으로 농작물 피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홍성열 군수는 25일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군민 안전을 집중 강화하고 농작물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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