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쏠린 눈
편의점에 쏠린 눈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07.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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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이후 편의점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대표적인 사업장인데다 아르바이트생의 고용이 많고, 편의성이 높아 주민들이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문제로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간 전쟁터로 변질되면서 편의점이 우리나라 경제 현실의 상징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국의 프랜차이즈편의점 수는 3만2611개였고, 올해 초에 4만개를 넘었다. 편의점당 인구수도 1200여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농협도 편의점 산업에 뛰어들 기세다. 농협 하나로유통은 최근 농협 충북지역본부에서 설명회를 열고 농협 편의점인 `하나로미니' 출점계획을 발표했다.

농협은 올해 전국 50개 매장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0년까지 150개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앞으로도 편의점 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산업은 성장하는데, 성장의 과일이 점주에게까지 와닿지 않는데 있다.

매출이 늘수록 정률제로 본사가 가져가는 가맹수수료가 많아지고, 임대료와 신용카드 수수료, 여기에 인건비까지 빠져나가면 점주에게 돌아오는게 적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전체 시장의 성장세보다 편의점수 증가율이 더 높아지면 당연히 나눠먹는 파이가 줄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편의점을 해서 아파트를 샀다는 점주도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어 장사가 잘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커 보일 수밖에 없다. 가맹수수료 등 덩치 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니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거나, 운영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편의점 문제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점들인 높은 임대료와 신용카드 수수료, 가맹수수료 등의 합리적인 조정, 출점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편의점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다.

뒤늦게나마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5개사 가맹본부를 회원사로 둔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근접출점을 막는 내용의 자율규약안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렸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편의점 가맹 본사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가맹사업의 통일성 유지와 무관한 품목을 구입 강제한 행위가 있는지, 광고·판촉 비용 전가 행위가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고 한다.

또한 올해 초 가맹 표준계약서가 개정돼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맹점주가 본부에 가맹금을 내려달라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맹점주의 권익 향상을 위해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고, 가맹점주에 광고·판촉 비용 떠넘기기 관행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정부나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영세 가맹점주나 아르바이트생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24시간 불을 켜야만 간신히 먹고 살 수 있는데, 이제 그 불마저 꺼져가고 있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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