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다 통일 후 사회통합 준비에 더 힘써야”
“통일보다 통일 후 사회통합 준비에 더 힘써야”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07.24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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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 격변하는 한반도 … 정범구 주독일대사에 듣는다
독일 국민들 한반도 정세변화에 큰 관심 기울여
남북 경제력 격차 해소 및 사회통합방안 고민중
독일 연방주 - 한국 자치단체 교류협력 강화 노력
△정범구 주독일대한민국 대사(64)는 충북이 낳은 정치인이자 학자다. 충북 음성출신으로 경희대와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2년 대통령선거 때 후보자 TV토론 진행자로 이름을 떨쳤으며, 이후 제16대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1월부터 주독일 대한민국대사로 일하고 있다.
△정범구 주독일대한민국 대사(64)는 충북이 낳은 정치인이자 학자다. 충북 음성출신으로 경희대와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2년 대통령선거 때 후보자 TV토론 진행자로 이름을 떨쳤으며, 이후 제16대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1월부터 주독일 대한민국대사로 일하고 있다.

 

청주의 기온이 섭씨 38도까지 치솟은 지난 22일 저녁 독일 베를린에 있는 주독일한국대사관저를 찾았다. 독일도 기온이 오르고, 습도도 높아 제법 무더운 날씨를 보인 이날 정범구 주독일한국대사는 역사 깊은 대사관저에서 한반도 통일과 평화정착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전망과 해법의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왼쪽부터) 정범구 대사와 슈뢰더 전 독일총리, 박남영 주독 북한대사와 정범구 대사, 정범구 대사와 안태희 부국장.
(왼쪽부터) 정범구 대사와 슈뢰더 전 독일총리, 박남영 주독 북한대사와 정범구 대사, 정범구 대사와 안태희 부국장.

 

-안태희 부국장=대사께서 부임하신지 불과 7개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하면서 누구보다도 바쁘게 지내시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정범구 대사=제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게 지난 1월 2일이었습니다. 독일에 부임한 것은 1월 11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남북관계에 급물살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 독일 대통령을 모시고 문 대통령을 면담한 다음날 김여정 북한 부부장이 문 대통령과 만났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급진전하는 남북, 북미관계에 대해 독일 정가와 언론계에 설명과 대응을 하느라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반년을 보냈습니다.



-안 부국장=독일국민들이 격변하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일은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정 대사=독일국민들이나 정치인들은 남북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분단됐었고, 통일했던 경험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관심은 북한의 태도가 바뀐 배경과 향후 한국의 복안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우리의 평화 정착과 통일방식에 대해 조언하기를 조심스러워 합니다. 다만 한반도에 맞는 해법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지를 생각해보니 독일이 통일은 했으나 아직까지도 사회통합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 부국장=사회적인 통합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말씀이 사실 놀랍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정 대사=통일 당시 서독의 경제력은 동독의 3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옛 동독지역의 경제력이 서독지역의 75% 정도까지 왔다고 합니다. 33%에서 75%가 됐으니 동독지역이 통일 이후에 크게 발전한 것은 맞죠. 그렇지만 아직도 나머지 경제적인 격차는 물론 사회적인 통합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한국의 경제력은 북한의 33배가 넘습니다. 3배의 격차를 줄이는데 30년으로도 부족한 독일의 사례를 볼 때 인위적인 통일보다는 평화공존체제 수립을 먼저 이룩하는 게 북한의 사회경제적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부국장=통일 이후 독일사회의 모습이 우리나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군요. 그렇지만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요즘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이 교착상태에 빠진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 대사=저도 요즘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정보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관료체제에 발목이 잡힌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사회 내부의 관료주의의 벽을 못 넘는거 아니냐 하는 생각 말이죠. 관료들은 폐쇄적인 체제일수록 보수적일텐데요. 미군유해송환 등 관료들이 비핵화 관련 여러 가지 이슈에서 협조적이지 않은 것은 아닐까 걱정됩니다.



-안 부국장=그렇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정 대사=독일이 먼저 통일된 나라이기 때문에 독일 통일 이후의 시사점과 교훈을 습득하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독일은 내년이면 통일 30주년을 맞지만 지금까지도 서독과 동독의 사회통합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눈에 보였던 콘크리트 장벽은 없어졌지만, 마음속에 있는 장벽을 허무는 일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옛 서독과 동독의 국경지역을 시간이 날 때마다 다니고 있습니다. 다음달 초에도 다른 지역 국경지역을 다녀올 계획입니다. 거기에서 남북통일과 남북 평화시대의 DMZ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고자 합니다.



-안 부국장=대사의 SNS를 보니 6·15때를 즈음한 행사에서 주독일 북한대사도 만나셨습니다. 주로 어떤 말씀을 나눴고,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정 대사=북한대사와도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다만 그들의 스타일상 자유로운 대화를 하기에는 제한적이어서 그런 면에 대한 배려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우리말로 통역 없이 대화해보니 아무리 외국어를 잘한다고 해도 채울 수 없는 모국어만이 갖는 느낌을 생생하게 가졌던 것은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안 부국장=대사께서는 국회의원도 지내셨기 때문에 대사직을 수행하면서 우리나라와의 교류 등에 대해서 남다른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 대사=독일은 16개 주가 연방으로 이뤄진 연방공화국입니다. 그래서 충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치단체와 교류를 활성화시키겠다는게 저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청주시가 직지의 고장이자 블록체인 등 신산업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청주뿐만 아니라 도내 지역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을 수 있도록 국내 정보를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안 부국장=대사께서는 독일의 통일 전에 이곳에서 유학을 하셨고, 통일된 이후에는 외교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독일의 변화를 더 잘 이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충청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 대사=여러가지 일을 하다가 대사의 중책을 맡고 보니 그동안 몰랐던 세상이 있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충청타임즈 독자 여러분의 발전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저는 3만여명의 교민들의 번영, 독일에 오시는 한국인들의 안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에 `언제나 처음처럼' 뛰겠습니다. 올여름 너무 뜨겁다는데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독일 베를린 안태희기자
antha@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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