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기에 더 의미있는
쉽지 않기에 더 의미있는
  • 이명순 수필가
  • 승인 2018.07.24 20: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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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명순 수필가
이명순 수필가

 

힘든 하루였다. 한국어 수업에서 제적된 학생 두 명이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하지만 이미 제적된 학생은 수업을 연계해서 들을 수 없다. 이전의 기록까지 다 초기화되기 때문이다. 다시 공부를 하려면 사전평가를 봐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단계를 배정받는다. 몇 번이고 공지를 하지만 본인들이 급한 일이 생기면 다급하게 찾아온다.

법무부에서 시행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이민자가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적응하고 자립하는 데 필요한 기본 소양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사회통합교육이다. 사회통합교육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한국어와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다. 그중에 한국어는 0단계부터 5단계까지 수업을 한다. 사전평가를 봐서 단계를 배정받고 단계별로 정해진 교육 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단계별 교육은 기초 한국어부터 시작하면 총 465시간을 이수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고 심화과정까지 총 485시간을 이수하고 종합평가에 합격하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종합평가에 합격하려면 일 년에 2학기를 공부해도 3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대다수 외국인노동자들은 회사 일이 바쁘고 주·야간 근무가 많기에 정해진 시간을 이수하려면 많이 노력해야 한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몇 년을 공부해도 외국어 습득이 어려운 걸 경험했기에 매주 힘들게 센터에 나오는 학생들을 보면 기특하다. 한국어만 공부하기도 벅찬데 영주권이나 국적 취득에 있어 한국어는 일부분이고 더 많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애쓴다.

오늘 온 방글라데시 학생은 고향에 갔다가 다시 온 학생이다. 고향에 간다고 연락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연락이 없어 장기 무단결석으로 제적되었다. 본인은 제적된 사실도 모르고 이어서 공부를 하겠다고 왔는데 한국어 공부는 가능하지만,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연계할 수가 없다. 이런 경우에 교사들은 참 난감하다. 한국어를 잘하는 듯 보여도 이해를 못 하는 현실에서 서로 의견만 되풀이 말하게 된다.

다른 한 명은 우즈베키스탄 학생이다. 역시 회사일로 바빴고 전화번호까지 변경되어 소통이 안 됐다. 담당자가 연락해도 소식이 없으니 제적되었는데 본인은 한국어 단계 이수를 꼭 해야 한다고 한다. 재시험을 보려 해도 정해진 규정이 있으니 본인들 마음처럼 쉽지 않다. 사정을 들어보면 안타까워 어떻게라도 도와주고 싶지만 할 수 없다.

외국어 공부는 마라톤 같은 장거리 시간 싸움이다. 일정한 결과를 얻기까지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십 번 들 수 있다. 중국 명언에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고 했다. 비록 과정이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다 보면 행복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낯선 곳에서 외국어를 배우며 3년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새삼 대견하다.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그 사회에 적응하고 생활하기에도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매주 센터에 나오는 학생들은 노력한 만큼의 열매를 거두며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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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il 2018-08-05 12:22:42
의미있는 일하시는 분은 세상의 소금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