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놓기 힘든 농촌·산업현장 정부·지자체 폭염대책 `공염불'
일손 놓기 힘든 농촌·산업현장 정부·지자체 폭염대책 `공염불'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8.07.24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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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50대 괴산 담배밭서 일하다 열사병으로 사망
충주 제조업체 작업장 온도 57도 불구 현장점검 전무
사회적 약자엔 멀기만한 폭염대책 … 실질적 대안 시급
첨부용. 올들어 '최악 폭염'에 전력수요가 급증,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절전을 요청하는 '수요감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공사 남서울지역본부 로비 전력수급 전광판에 실시간 전력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2018.07.24. /뉴시스
첨부용. 올들어 '최악 폭염'에 전력수요가 급증,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절전을 요청하는 '수요감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공사 남서울지역본부 로비 전력수급 전광판에 실시간 전력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2018.07.24. /뉴시스

 

살인적 폭염이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폭염대책은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온열 질환자는 일용 및 계약직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여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폭염에는 잠시 일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쉽게 놓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보니 폭염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 구호수준에 그친 폭염대책

행정안전부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교육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들은 지난 19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폭염 피해 최소화 방안을 논의했다. 충북도와 도내 각 시·군도 연일 폭염특보에 따른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대책은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국민 스스로가 알아서 휴식을 취하고, 각 사업장은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시간대에 노동자에게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폭염대책마련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폭염에도 생계 때문에 쉬지 못하는 일용직 노동자·농민

충북 도내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로 기록된 베트남 국적의 58살 A씨는 23일 오전 6시30분부터 괴산의 한 담배밭에서 6시간 가까이 일을 하다 결국 열사병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생계와 목숨을 맞바꾼 것이다.

비단 이 같은 일은 A씨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요즈음 농촌 마을에서는 `한낮에는 휴식을 취해 달라'는 내용의 스피커 방송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간다.

그러나 한창 수확철을 맞은 담배와 고추 등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방송을 뒤로하고 밭으로 발길을 옮긴다. 수확시기를 놓치면 생계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농민의 상당수가 노인이라는 점이다.

충북 농촌지역 대부분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농촌에서 대신 논밭에 나가 일해줄 일손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형 건설현장에서는 근로자들에게 오후 휴식시간을 주지만 규모가 작은 곳에서는 한낮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 시·군은 이런 업체에 `폭염이 극에 달하는 오후 2시~5시까지는 작업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권고에 불과하다.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들에게는 휴식보다 일자리가 우선이다 보니 관계 당국의 권고는 귓등을 스칠 뿐이다.



# 산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충주의 한 제조업체는 최근 한낮의 작업장 온도가 무려 섭씨 57도까지 치솟지만, 고용노동부의 현장조사나 지도점검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동부의 고온·고열 작업기준 고시에 따르면 실내 온도가 32.2도가 넘으면 매시간 25%(15분)만 일을 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가 있는 대형 사업장마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규모 사업장은 사정이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쯤 되자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24일 청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온·고열 작업장에 대한 전수조사와 더불어 해당 기준을 지키지 않고 노동자들을 온열질환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과 시정명령을 촉구했다.



/석재동기자
tjrthf0@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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