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직 확대가 혁신인가
별정직 확대가 혁신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7.2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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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장(취재3팀)
김금란 부장(취재3팀)

 

조직에서 사람을 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어떤 사람을 쓰느냐에 따라 조직이 와해될수도, 성장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인재를 쓰면`인사(人事)가 만사(萬事)'가 되겠지만 역으로 중요한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을 앉히면`인사(人事)가 만사(萬死)'되는 법이다.

충북도교육청이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개정을 통해 별정직을 현재 3명에서 13명으로 늘리겠다고 나서면서 교육계가 시끄럽다.

별정직은 정당을 갖고 있는 선출직 정치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정당이 없는 교육계에서 별정직 정원을 현재 인원의 배 이상을 늘리겠다고 하니 시끄러운 것이다.

도교육청은 정부로부터 교부받는 총액인건비로 늘릴 수 있는 가용인력 60명 가운데 별정직 비율을 17% 배정했다.

도교육청이 별정직 정원을 13명으로 확대하려는 이유는 이렇다.

재선에 성공한 김병우 교육감의 2기 공약 사항 중 민주시민교육, 평화·안전, 환경생태, 노동인권교육강화, 교육거버넌스 추진을 위해서다. 또한 행복교육지구 사업 추진에 따른 지자체 등과의 연결고리 역할자가 요구돼 별정직이 필요하다는 것.

별정직 정원 책정 비율은 타 시도 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균형을 고려해 현재 일반직 정원의 0.2%에서 1.5배 늘어난 0.5%로 상향시키겠다고 한다.

공약을 이행하는 데 구태여 외부 전문 인력을 대거 별정직으로 투입시켜야 할 이유는 없다.

도교육청에는 2만2000여명의 교직원이 있고 필요한 인력은 넘쳐난다. 다만 교육감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지난 2014년 김병우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별정·정무직 1개에 불과했던 자리는 3개로 늘어났다. 교육감의 선거 공신 3명도 5급 상당 사무관과 6급 상당 보좌관이란 이름으로 입성했다. 이들 중 2명은 선거를 위해 자리를 떠났다가 또다시 올해 재선에 성공한 교육감과 함께 들어오기도 했다.

김병우 교육감이 재선이 유력해지면서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감과 친분이 있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대거 교육청에 입성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결과적으로 김병우 교육감은 재선에 성공했고 지난 1일부터 17대 교육감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취임한 지 한 달도 안된 시점에서 도교육청이 정원조례 일부 개정안을 추진해 별정직 자리를 전국 지자체와 비교하며 대거 늘리겠다고 하는데 헷갈린다. 업무를 위해 만든 자리인지, 사람을 위해 만든 자리인지 말이다.

도교육청은 증원하는 인력 60명 중 일반직과 전문직 비율을 높여 별정직 비율을 낮출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럴 생각이 없단다.

별정직을 늘리는 이유로 도교육청은 “직업 공무원 체제에서는 관례화와 학습화로 업무 효율이 나지 않는다”며 “외부 인력 수혈을 통해 공직 사회에 충격요법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정 조례안이 통과가 돼야 현실화될 일이지만 누가 입성할 것인지 순번을 들고 서 있다는 말이 벌써부터 돌고 있으니 걱정이다.

중국 전국시대 초기의 사상가인 묵자의 경영 기법 중 인재 채용 금기사항으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멀리하고 개인의 기호를 잣대로 삼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가 익숙해진 것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그것이 바로 혁신일진대 김 교육감의 혁신은 학생이 아닌 별정직을 통해 이루고 싶어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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