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
일본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7.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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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일본이 올해 10월부터 적용할 2018년 평균 최저임금을 24일 확정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이날 소위원회를 열고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지난해 848엔보다 3%(26엔) 증가한 874엔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874엔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8870원(1엔당 환율 1014원 적용). 얼마 전 우리나라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2018년 최저임금 8350원에 비해 520원, 6.3% 정도 많은 액수다.

그렇다면 일본이 정한 이 최저임금은 적정한 것일까. 일단 일본 내에서 큰 반발이 없는 것으로 보아 대체로 이미 이 인상안은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소상공인연합회 등 사용자 측 단체들이 집단 농성과 시위를 준비하며 크게 반발하는 것과는 달리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의 경제단체, 특히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상공인들이 이러한 최저임금 인상률을 수용할 수 있는 `여유'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외신을 종합해 보면 바로 촘촘하게 짜인 최저임금 인상의 결정구조와 과정이다.

일본은 정부가 차기 연도의 최저임금을 결정해도 우리나라와 달리 이 최저임금이 전국적으로 고루 적용되지 않는다. 후생노동성이 최저임금을 정하면 47개 광역지자체가 이를 기준으로 각 지역 내 사업장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다시 산정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민주적'이다. 지역의 물가 수준과 업종별 실상을 면밀히 조사해 47개 광역지자체 산하의 수십 개 업종에 따라 각기 다른 수준의 최저임금이 정해진다.

실례로 도쿄의 경우 지난해 국가가 정한 평균 시간당 최저임금은 848엔이었으나 자체 심의에서 이보다 12.9%가 많은 958엔으로 책정했다. 물가가 타지역에 비해 비싸고 소득 수준이 높은 것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반면 고치(高知), 사가(佐賀), 구마모토(熊本), 오키나와(沖繩) 등 8개 현은 737엔으로 가장 낮았다. 고치현에 비해 도쿄의 최저임금이 무려 30%나 높다.

업종별로도 최저임금이 다르게 책정된다. 예를 들어 단순 계산 업무에 종사하는 편의점 알바의 경우 가장 낮은 수준의 시급이 적용되고, 뜨거운 여름에 무거운 짐을 옮기며 일을 해야 하는 택배 등 3D 업종은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이 정해진다.

일본이 적용하고 있는 이 기준을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서울의 최저임금이 충남과 충북의 최저임금보다 20% 이상 높은 결과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서울의 1인당 개인 소득은 2081만원. 충북의 1633만원, 충남의 1683만원 보다 27%, 23%나 많다. 이를 고려해 일본과 같은 방법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면 소득 수준 최하위인 전남(1511만원, 17위)은 서울보다 27%나 낮게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상권에 따른 임대료와 가맹비 등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최저임금의 적용은 분명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터키에만 있다는 주휴 수당제를 비롯한 최저임금 논란이 하루빨리 불식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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