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영화관으로 … 폭염난민 된 시민들
마트·영화관으로 … 폭염난민 된 시민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8.07.23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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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너무 덥다” 찜통더위 피하기 백태
더운날씨에 휴가 되레 고생 … 에어컨 바람 쐬며 `방콕'
찜질방·사우나·운동으로 땀 빼기 … `이열치열' 극복도
첨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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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37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연일 맹위를 떨치자 곳곳에서 더위 극복을 위한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낮엔 ‘불볕더위’, 밤엔 ‘열대야’. 시민들은 숨 쉴 틈 없는 무더위를 쫓으려 각종 묘안을 짜내고 있다.

# 더위는 더위로 극복 … 이열치열

직장인 이모씨(32·진천읍)는 요즘 퇴근 직후 집 주변 중학교 운동장으로 향한다. 한두 시간 걷고 뛰다 보면 옷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는다. 무더운 날씨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는 더위를 피하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 확신한다. 격한 운동 뒤 느낄 수 있는 잔잔(?)한 자연풍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보다 낫기 때문이다. 이씨는 “땀을 흠뻑 흘린 뒤 맞는 바람의 시원함은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라며 “저녁 운동을 하면 더위도 이기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가 찾는 운동장은 매일 같이 축구, 농구,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를 즐기려는 시민으로 북적이고 있다.

무더위 속에 찜질방과 사우나를 찾는 시민도 적잖다. 손님 대부분은 뜨거운 한증막에서 한바탕 땀을 뺀 뒤 차가운 물로 목욕했을 때 시원함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다.

오한이 들 정도로 시원한 얼음방과 적정 온도를 항시 유지하는 수면방도 손님을 끌어 모으는 요소다.



# 알뜰(?)한 피서를 즐기자

알뜰 피서족이 늘고 있다. 주부 김모씨(35·여·청주 서원구 미평동)는 매일 밤마다 가족과 함께 대형마트 투어를 한다. 사방이 시원하고 쇼핑까지 즐길 수 있는 대형마트는 그야말로 `열대야 대피소'다. 여기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까지 마련돼 있어 젊은 주부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씨는 “쇼핑과 놀이는 물론 더위까지 피할 수 있는 대형마트는 주부에겐 지상낙원과 같다”고 예찬했다.

현재 일부 대형마트는 이런 고객 니즈(Needs)에 발맞춰 하절기 연장영업에 나서고 있다.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도서관도 알뜰 피서족이 몰리는 대표 장소다. 특히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오후 2~4시 사이엔 북새통을 이룬다.



# 습하고 더운 밖은 질색 … 실내에서 즐기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도 변화하고 있다. 햇빛이 쨍쨍 찌는 날씨에 밖을 돌아다니기보단 시원한 실내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각광받는 데이트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영화관'이다. 영화관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쾌적하고 시원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윤모씨(35·진천읍)는 “매해 여름 여자친구와 함께 관광지를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는 너무 더워 포기하기로 했다”며 “대신 영화관에서 최신 개봉작을 모두 보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쇼핑센터, 방 탈출 카페, 만화방, PC게임방도 또 다른 여름철 데이트 장소로 꼽힌다.



# `방콕'이 최고 … 집과 회사에서 시원한 여름나기

회사원 이모씨(45)는 지난달 중순쯤 여름휴가를 앞당겨 다녀왔다. 한창 더운 7~8월에 피서를 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던 탓이다. 뒤늦게 휴가를 떠나는 동료를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더운 날씨를 생각하면 그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이씨는 “이 정도 더위에 휴가를 가는 건 되레 손해”라며 “차라리 에어컨이 쌩쌩 나오는 집과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무더위와의 전쟁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고온현상은 이달 말까지 지속하겠다. 또 중국 상해 부근으로 이동한 제10호 태풍 암필(AMPIL)에 동반된 뜨거운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 열대야 발생 지역이 확대되겠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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