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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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행정실장
  • 승인 2018.07.2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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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행정실장

 

아침 등교 시간, 교장 선생님께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일일이 미소로 맞이하시며 손을 마주치신다. 아침부터 누군가에게 미소를 건네받고 기운을 주고받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가정에서 늦잠을 잔다고, 아침밥을 안 먹는다고 꾸중을 들은 아이들도 금방 마음이 풀려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곳 아이들의 표정이 참 밝다.

7월 인사이동으로 성화초등학교로 왔다. 좁은 부지에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신설 학교 대부분이 그렇지만 개교한 지 약 11년 정도인 이 학교도 운동장이 그리 넓지 못하다. 그나마 교실마저 부족하여 증설하다 보니 아이들이 뛰어놀 곳은 점점 줄어들었다. 아이들은 동무들과의 놀이를 통하여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 그러나 손바닥만 한 운동장은 축구 경기를 하는 아이들로 꽉 차고 만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교실 복도에 사방치기 판을 그려놓았다. 아이들은 틈이 날 때마다 몇몇이 모여서 실내화를 던져놓고 사방치기를 하기도 하고 필통 등 소지품을 놓고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장난감으로 둔갑하는 시간이다. 또 다른 복도 한쪽 끝에선 남자아이들의 딱지치기가 한판 벌어졌다. 고무바닥에 고무 딱지 부닥치는 소리가 차지다. 들어 올리는 것도 아니고 내리치는 딱지의 힘으로 바닥에 깔아놓은 다른 딱지를 뒤집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가? 아이들은 온 힘과 열정을 모아서 딱지에 내리꽂는다. 몇 번의 실패쯤은 당연하게 여기며 몇 번을 더 치다 보면 신기하게도 복지부동으로 납작 엎드린 딱지가 발랑 뒤집혀 날 잡아가라고 항복을 한다.

이곳은 행복씨앗학교이다. 올해가 4년 차로 접어들었다. 학교 복도에는 아이들의 자치활동 모습이 눈에 띈다. 아이들끼리 개최하는 게임대회 포스터도 눈에 띄고, 동아리방 모집 포스터나 학교나 선생님께 바라는 점과 고마운 점, 저희 스스로 지켜야 할 점 등을 적어 놓은 글도 인상적이다. 마치 대학교 동아리방 복도를 방불케 한다. 자주적인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자발적인 활동을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지금까지 학교의 모습은 조용히 선생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는 학생이 모범생으로 추대되는 사회였다. 초등학교 입학 때 어머니는 선생님 입만 쳐다보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한마디도 놓치지 말라고 하셨다. 여성들은 학교 근처도 못 갔던 시절. 초등학교만 졸업하시고 바쁘게 농사를 지으시며 육 남매를 기르시던 어머니는 자녀 교육의 든든한 지원자인 학교와 선생님을 절대 신봉하셨다. 그 당시는 때려서라도 사람 만들어 달라는 것이 대다수 부모님의 인사말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부모들은 많이 달라졌다. 자녀를 공동체적 인간으로 키우기보단 개인적인 욕구나 만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많다 보니 아이들도 자기주장이 강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칫 나만 좋으면 된다는 이기주의로 흐를까 염려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활발히 놀고 요구를 하는 것은 좋은데, 생활면에 있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줍지 않는 다거나, 화장실 사용 후 뒷정리가 안 되는 등의 문제점도 드러난다. 아직 더 많이 배우고 익혀야 할 씨앗이므로 이 아이들이 자라나 나와 남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우리 사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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