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때려잡기가 처방인가?
최저임금 때려잡기가 처방인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07.2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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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갑질을 아무리 했다고 해도 최저임금과는 비교가 안 된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얼마 전 한 방송에서 한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프랜차이즈 갑질과 불공정 계약, 높은 상가 임대료가 자영업자에게 더 부담이라고 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일부 신문이 이 의원 발언을 “대기업 갑질보다 최저임금이 더 나쁘다”로 요약해 제목으로 뽑는 바람에 파장이 더 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의 이어진 발언을 보면 신문 제목이 과장됐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는 “정부가 시장의 가격질서에 무리하게 개입해 생산원가를 폭등시켰다”며 `심각한 국정농단'이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계약에 간섭하는 최저임금 자체를 부정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최저임금제는 1894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돼 선진국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반세기도 전인 1953년 `근로기준법'에 처음으로 규정됐다. 유명무실화하다 19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되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30년 이상 유지돼온 제도다. 저임 근로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겠다는 선의를 담고 있다. 자본주의의 비정함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 대표적 제도로 꼽힌다. 이 제도를 대기업 갑질과 비교한 것은 정략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퇴행적 발상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이 앞다퉈 내놓은 공약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에 대해 가장 신중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2022년까지 1만원 안을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는 (이 의원 말대로라면 국정을 농단할 수준인) `2020년까지 1만원'을 공약했다. 이 의원은 그 정당에서 원내수석부대표까지 지냈다. 당의 총선과 대선 공약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최저임금법을 매도하기 전에 영세사업자들을 도탄에 빠트릴 공약 생산에 일조한 과거를 사과부터 했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가장 논란이 되는 업종이 편의점이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며 사업주가 알바보다 못한 수입을 올리는 업장이 적지않다고 한다. 편의점을 처음 발상해 낸 원조국가 일본과 비교해 보자. 우리나라 전국 편의점 수가 지난 6월 현재 4만845개로 조사됐다. 인구 1268명당 1개꼴이다. 불과 1년 반전인 2016년 말의 3만4376개보다 6000개 이상이 늘었다. 편의점 매출은 계속 하락하는 데 본사 가맹수수료 수입은 늘어나는 이유이다. 일본의 편의점은 5만5000개지만 한곳 당 포용 인구는 2336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2배에 육박한다. 매출 차이가 클 수밖에 없어 한국은 점포당 평균 매출이 5억원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20억원에 달한다. 일본의 프랜차이즈 본사는 점포만 늘리면 되는 손쉬운 돈벌이를 몰라서 안 하는 것일까. 점포주의 파워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편의점주들은 노조 결성과 활동을 보장받고 있다. 2009년 세븐일레븐 점주들이 노조를 결성하며 분쟁이 벌어졌으나 결국 정부 노동위원회는 점주의 손을 들어줬다. 편의점주의 노조를 인정하고 본사에는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명령했다. 본사가 가맹점을 마음대로 늘리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우리 정부가 편의점 노조화를 추진한다면 이 의원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진다.

일본 정부가 을의 체력을 키워 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면, 우리 정부는 언 발에 오줌만 찔끔거렸다. 2012년 기존 편의점에서 250m 이내에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규제법안을 시행했지만, 바로 사장되고 말았다. 규제 대상을 동일 브랜드로만 한정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메이저 프랜차이즈만 5개나 되는 현실에서 있으나 마나 한 룰이 돼버린 것이다. 한 건물에 상호가 다른 편의점 3개가 들어선 곳도 있다고 한다. 이미 체력이 고갈돼 최저임금이라는 백신도 견디지 못하게 된 곳이 편의점들이다. 최저임금 때려잡기가 처방이 될 수 없다.

이 의원은 다른 야당 의원들과 연대해 `시장경제살리기연대'를 발족하고 “정부의 포퓰리즘에 희생된 국민과 기업을 대변하겠다”고 했다. 이런 말은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국회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소상공인 보호법안들이나 처리하고 나서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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