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답게 산다는 것
무엇답게 산다는 것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7.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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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이 재단 직원을 뽑는 시험문제와 모범답안을 빼돌려 현직기자에게 주었다. 그 현직기자는 모범답안을 거의 베껴 답안을 작성했고, 이를 이상히 여긴 채점자가 문제를 제기해 이 사건이 밝혀졌다. 두 사람은 사법적인 처벌을 받겠지만 이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씁쓸해진다.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공평해야하는데 사적인 친분을 챙겼고, 이런 비리를 취재하여 고발해야할 기자가 수혜자로 나섰으니 말이다.

무엇답게 산다는 것은 이렇게 힘든 일인가보다. 일찍이 공자도 제나라 경공이 `정치하는 방법'을 묻자 `君君 臣臣 父父 子子' ;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렇게만 된다면 세상은 좋아질 것이나 대통령답지 않은, 공직자답지 않은, 군인답지 않은, 정치인답지 않은, 경제인답지 않은, 법률가답지 않은, 교육자답지 않은 사람들이 판치니 세상이 어지럽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지역에서 일어나는 무엇답지 않은 일들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지경이다. 이번에 사건이 터진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뿐만 아니라 청주시 시설관리공단의 비위와 무능, 방만한 경영은 전혀 공조직답지 못하고, 그 시설을 감독하고 관리 운영해야하는 청주시의 태도는 시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답지 못하다.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묵묵부답인 더불어 민주당 충북도당은 집권여당 답지 못하고, 눈치를 보느라 그러는지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는 수사당국도 민중의 지팡이답지 못하다.

지방선거 전, 도정발전을 위해 소통특보가 꼭 필요하다며 임기 7개월짜리 소통특보를 지명하여 지역에 큰 평지풍파를 일으켜놓고, 당선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통특보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 이시종 지사도 지사답지 못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답답한 것은 이런 일들을 파헤쳐 고발하고, 꼬집어 지적해야할 언론이 언론답지 못하고 언론인이 언론인답지 못한 일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기관의 입사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내 모범답안대로 정답을 써낸 기자. 언론사에서 간부를 지내고 퇴직한 자가 안면이 있는 기관을 찾아다니며 일자리를 구걸하는 전직 언론인. 정보기관 퇴직자를 언론사 간부로 채용하고 언론사를 그저 자기사업의 방패막이로 생각하는 언론사 사주 등등.

우리지역에서 언론이 언론답지 못하고 언론인이 언론인답지 못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세상의 비리를 추적해서 밝혀내고 고발해야하는 것이 언론의 본능과 사명이라고 하는데, 언론이 언론답지 못하면 세상은 곧 암흑이 된다. 어둠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공자의 `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는 말씀처럼 사회의 각 분야가 자기다운 일을 해나가는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자치단체들은 산하기관을 공무원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도구로 생각하지 말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한다. 정당은 그 존재의 목적이 국민을 위한 조직임을 기억해야하고, 사법기관은 사회정의를 위해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엄정한 법정신을 실현해야한다.

정의로움을 쫓기보다는 자신 앞에 닥친 이익과 쾌락을 쫓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각자 자신의 자리에 맞는 본분을 지키고 실천해 나갈 때 살맛나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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