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기
텃밭 가꾸기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18.07.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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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잡초가 무성하다. 봄부터 텃밭에 토마토, 가지, 고추, 상추를 비롯해 여러 가지 작물을 조금씩 심었다. 심어놓은 모종을 잘 자라게 하려면,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자라는 잡초를 제때에 뽑아주어야 한다. 이미 알고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때를 놓치고 말았다.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농작물보다 생육이 왕성해 잠시만 틈을 주면 풀밭이 되어 버린다.

종을 번식시키는데 잡초를 따를 만한 것이 있을까. 씨앗 한 알 뿌리지 않았는데도 바랭이, 쇠비름, 망초, 명아주 등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종류의 잡초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미 부지런한 풀들은 서둘러 꽃을 피우고 한차례 씨앗을 퍼트려 놓았다. 장맛비가 연일 내리자 풀씨들이 싹을 틔워내 제 세상을 만난 듯이 자라고 있다.

잡초는 어릴 때 뽑아야 한다. 바랭이도 조그마할 때는 쑥쑥 잘 뽑히지만 조금만 자라면 뿌리가 번성해 호미질을 여러 번 해서 뽑아내야 한다. 줄기가 지면으로 뻗으며 마디마다 뿌리가 내려 번식이 아주 강하다. 제초제를 안치고 농작물을 재배하다 보면 우리 같은 초보들은 바랭이와 번번이 한판 승부를 해야 한다.

쇠비름은 또 어떠한가. 씨앗이 발아해 빨간 새싹들이 밭골이나 작물 틈새 어디든 싹을 틔워 자란다. 통통한 줄기와 잎에 수분과 지방을 저장하고 있어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시들지 않는 식물이다. 애써서 뽑아 밭이랑에 놓아두면 영락없이 되살아나 뿌리가 뽑혔음에도 꽃을 피워낸다. 이런 강한 생명력 때문일까. 쇠비름의 성분에는 우리 몸에 좋은 오메가 3를 비롯해 영양성분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식물이 되었다. 약용 식물로 알려지며 나물이나 효소를 담기 위해 일부러 재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농작물이 자라는데 방해가 되니 뽑아야 할 잡초이다.

이미 풀을 두어 차례 뽑아낸 도라지 밭골이다. 명아주가 도라지 사이에서 자라고 있었다. 명아주는`청려장'이라도 꿈꾸는지 훌쩍 커버렸다. 풀이지만 자라면 대궁이 나무처럼 단단해진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들이나 밭에 무리지어 자라는 명아주대로 지팡이를 만들어 부모님께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선물을 했다 한다. 그런 명아주이다 보니 대궁을 잡고 힘을 써도 잘 뽑히지 않는다. 뿌리가 성해져서 명아주를 뽑다 보면 도라지도 따라서 뽑혀 나온다. 잡초를 뽑아내고 농작물은 잘 자라라고 북을 돋아 준다.

시기를 놓치면 어그러지는 것이 풀 뽑기 뿐이랴. 마음자리에도 잡초는 자라기 마련이다. 원하지 않고 씨를 뿌리지 않았지만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 시기와 탐욕은 나도 모르게 싹트고 자란다. 마음에 자리 잡은 잡초야말로 시초에 걸러내야 한다. 가족, 친구, 이웃도 좋지 않은 감정을 키우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깊은 골을 만들어낸다. 골이 깊을수록 좋은 감정을 메우기는 어려워진다.

농작물이 빼곡하게 잘 자라면 잡초가 자리를 잡지 못하듯이 마음의 텃밭에도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 신뢰와 배려하는 마음이 좀 더 자리를 넓히도록 북돋아줘야겠다. 그리하다 보면 불신과, 미움, 이기심 등도 뿌리 내리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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