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 품고 있는 비밀
1이 품고 있는 비밀
  • 이재정 수필가
  • 승인 2018.07.17 2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이재정 수필가
이재정 수필가

 

1은 모든 수(數)중의 첫수다. 수를 셀 때는 하나 하며 제일 먼저 나오는 수다. 크기나 양을 따질 때는 아주 적고 작은 의미다. 시작을 알리며 처음이라는 기대와 꿈을 주기도하고 1%의 뒤에 남아있는 99%에 많은 기대와 희망이 담긴다.

또한, 최고의 권력자나 능력자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앞에는 제일이라는, 가장이라는 최고의 찬사가 붙는다. 시시때때로 수많은 숫자로부터 도전을 받는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수(數)이다.

그러나 뒤에서의 1%는 가망이 없는 숫자다. 기대를 일찌감치 포기하여 버리는 수(數)다. 1% 안에 기적이 있다고 믿는 이는 드물다.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독일전 승리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고대하지 않았다. 피파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이긴 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다 놀란 이변이었다. 16강 진출이 좌절된 경기임에도 기쁨이 폭풍급이었다. 우리 축구팀이 대단한 실력의 독일 팀을 이긴 것은 기적이다.

경기가 있기 전 사람들은 어쩌면, 혹시나 하는 요행을 바랐다. 실력으로는 대적할 수 없이 형편없지만 운(運)에 의존해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이긴다는 건 꿈에서조차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1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눈치였다. 그 미련이 현실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뜻하지 않은 승리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희열은 몇 곱 배가 더 컸다.

우리 축구가 이긴 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간을 견딘 데 있다. 독일은 랭킹 1위고 우리나라는 57위다. 순위로도 게임이 안 되는 경기다. 처음부터 상대가 강하다고 주눅이 들었다면 있을 수 없는 결과였지 싶다. 세계최고라는 독일은 자신들 앞에 아무도 없는 1에 대한 오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참 아래인 우리를 깔보고 우습게 여겼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놓아버린 긴장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가져와 황당해하는 세계인들이다.

나는 1%의 기적을 축구를 통해 보았다. 그 작은 크기에서 엄청난 힘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던 내게 통쾌한 쐐기를 박았다. 나만이 지켜본 믿지 못할 위력이 아니다. 모두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어했다. 맞다. 기적은 생각지도 않은 일에서,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 선물이다. 포기한 사람에게는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낼 때 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무리 바뀔 것 같지 않고 나아질 것 같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일은 누구도 모르는 법이다.

또한, 1의 역할은 어마어마하다. 1도가 물을 끓게도 하고 얼게도 한다. 나무가 꽃을 피우고 못 피우는가의 1도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랑에 있어서도 묘하게 작용한다. 99%의 장점을 가진 사람이 1%의 단점으로 인해 사랑이 깨지기도 하고 그 반대로 1%의 장점이 그 사람의 매력이 되어 사랑이 시작되기도 한다. 1%가 사랑을 흔들어 댈 만큼의 위력이 있어 시작과 끝을 지배하는 마법의 한 수(數)다. 이렇듯 여러 모습을 감추고 있다.

1에 매료되었다. 뒤에서의 첫수가 간직한 미지수의 비밀이 나를 사로잡는다.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린 수. 잘 될지도 모른다는 요행도 바랄 엄두조차 내지 못한 수. 그래서 꿈을 꾸지 않았다.

이제 나에게 1은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는 비밀의 수(數)다. 모든 수를 나눌 수 있지만 자신은 다른 수로는 나누어지지 않는 절대성을 고수하는 숫자. 그 수의 안에는 무엇이, 어떤 게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모두들 절망의 수(數)라 해도 1과 맞닥트렸을 때 끝까지 힘껏 견뎌볼 터이다. 기적은 스르르 잠이 와서 언제 잠이든지 모르듯이 슬며시 나에게 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