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사과
대통령의 사과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7.17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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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장(취재3팀)
김금란 부장(취재3팀)

 

대통령이 사과했다.

의외다.

사과하는 것이 능사인지 고뇌도 했을 것이다.

국민을 향해 늘 당당할 것 같고 당당해야만 하는 대통령이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지난해 대선 공약을 실현하지 못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인간이 최소한 누릴 수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고 내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이 되려 일부 저소득층의 소득을 줄이고, 소상공인들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기계적 목표일 수는 없으며 정부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가능한 조기에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6.4% 인상에 이어 올해 10.9% 올려 내년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비율만 따지고 보면 최저임금은 2년 사이 27.3% 올랐고, 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6~7배 인상됐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려면 19.8% 인상해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문 대통령의 사과는 현실적 여건을 인정한 결과다.

선거기간 내건 공약을 지켰다고 자랑하는 것은 봤어도 못 지키게 됐다고 대놓고 사과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정치인의 공약(公約)을 지킬 의무가 없는 공약(空約) 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공약은 총알과 같다. 선거 기간엔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무기가 되지만 선거 후에는 국민과 주민을 살리는 약도 되고 독도 될 수 있다.

독인줄 알면서도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에 매달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아닌 줄 알면서 강행하는 것보다 도저히 실행이 어려운 공약이라면 포기하는 게 낫다.

공약을 포기한다고 자존심을 버리는 게 아니다. 사과한다고 권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민을 위해 쓸 세금을 애먼 곳에 쓰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배지를 단 정치인과 교육감들은 임기 4년을 수행하면서 공약 이행을 두고 고민할 것이다.

추진할지, 중단할지, 재검토해야 할지. 멈칫할 때는 지역과 학생에게 필요한 공약인지 아니면 자리보전을 위한 실적용인지 되내여보면 된다.

아닌 줄 알면서 발목 잡힌 선거공신을 지키기 위해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을 끌고 가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과 학생에게 돌아간다.

김병우 충북교육감도 마찬가지다.

김 교육감은 재선을 위해 선거 기간 발표한 공약은 120여 개다.

내놓은 공약만 이행하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테고 드는 예산도 사업마다 다르겠지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다.

100여 가지 공약 중에는 충북교육을 위해, 미래 꿈나무를 위해 수립한 공약도 있지만 표를 의식해 만든 공약도 있을 것이다. 모두 이행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진정 필요한 공약인지 먼저 되짚어봐야 한다.

아무리 공들인 공약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문 대통령처럼 과감히 공개하고 버리는 길을 택해야 한다.

공약을 버린다고 충북교육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버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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