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
승자와 패자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8.07.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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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신금철 수필가

 

러시아 월드컵 대회의 열기가 여름밤을 뜨겁게 했다. 16강의 입성을 염원하는 국민의 바람이 무너지던 날, 인터넷 댓글에는 선수들을 향한 비난의 소리가 빗발쳤다. 일부 선수들을 향한 비난과 독설은 선수의 가족들에게까지 함께 뭇매를 대어 고통을 안겼다. 도를 넘은 비난은 선수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선수들은 더 이상의 실망을 안겨주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해 세계 축구 랭킹 1위인 독일을 물리쳤다. 선수들을 비난하던 사람들도 열광하며 선수들의 노고에 칭찬의 목소리가 컸으나 여전히 그들을 비난하는 글들도 올라왔다.

축구경기에 관심이 많은 나는 가슴을 졸이고 열심히 응원을 하며 독일과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드디어 골이 터질 때 손뼉을 치며 소리를 질러 남편의 잠을 깨웠다. 손흥민과 김영권 선수의 골은 가뭄 끝의 소나기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선수들을 향한 원망과 야유가 빗발칠 때 나는 마음이 아팠다. 최선을 다했을 선수들에게 그토록 잔인한 말을 하는 그 사람들은 과연 모든 경기에서 승자였을까?

운동 경기처럼 가혹한 게임이 없는 것 같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의 모습은 극과 극이다. 승자는 서로 얼싸안고 축제 분위기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패자는 죽을 힘을 다해 경기하고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린다.

환호하는 승자의 눈물보다 좌절하는 패자의 눈물에 더욱 눈길이 간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지도자의 반응이다. 어떤 지도자는 시합에 진 선수들에 대한 원망과 비난의 표정이 역력하다. 경기에 져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그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을까? 반대로 경기는 졌지만 최선을 다했을 선수들을 위로해주고 다독이는 지도자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내 마음도 훈훈했다.

16강의 꿈을 접고 우리 선수들이 귀국하던 날, 해단식에서 손흥민 선수에게 계란을 투척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한 격한 감정의 표출이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행위는 많은 비난을 받았다.

우리의 인생도 운동경기와 같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으며, 실패도 있고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할 수도 있다. 다른 이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사람은 자신이 실수했을 때 용서를 받을 수 있지만, 남을 비난하기만 하는 사람은 자신이 실수하거나 실패를 했을 때 비난의 대상이 된다.

요즘 대그룹 총수의 갑질 논란으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 가진 자의 횡포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 되어 많은 이들이 분노하여 성토하고 있다. 가진 자들이 교만에서 벗어나 부족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많이 가질수록 겸손하고 부족한 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줄 때 진정한 인생의 승자가 아닐까?

나는 승자에게만 박수를 보내고 패자에게 돌팔매질하는 어리석은 인생을 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며 월드컵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을 우리 선수들이 다시 힘을 내어 다음 카타르 월드컵경기에서는 승자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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