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만들어 낸 `고달픈 일상'
찜통더위가 만들어 낸 `고달픈 일상'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8.07.16 1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근로자, 아이스조끼 무장 등 여름나기 비상작전
양돈農, 열 배출시설 가동 ·축사 지붕 물 뿌리기 분주
농작물 재배농가, 비닐하우스 습도 · 온도조절 안간힘
일용직 근로자 강모씨(64·진천읍). 요즘 들어 그는 출근 채비에 상당한 시간을 들인다. 한 번 나가면 온종일 그림자 한 뼘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일해야 하는 탓이다.

땀 닦는 수건부터 햇빛을 가릴 모자와 토시, 목마름을 달래줄 얼음물까지 챙겨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한낮 기온은 모든 준비물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견디다 못한 강씨는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스조끼 하나를 구매했다.

“그야말로 이중고네요. 겨울에는 일거리가 없어 걱정이더니 요즘에는 지쳐 쓰러질까 겁나네요. 우리처럼 몸이 재산인 사람들은 더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해요.”

그가 던진 말대로 공사 현장 근로자는 더위에 적잖은 고통을 받고 있다. 근래에는 청주지역 한 축사 증축공사 현장 인부가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 숨진 인부는 지난 14일 오전부터 무더위 속에서 용접 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여름(5월 21일~7월 15일) 충북지역 온열질환자 수는 21명이다. 몸속 열을 내보내지 못해 일어나는 열사병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열 탈진(5명), 열 경련(3명), 열 실신(1명)이 뒤를 이었다.

더위는 가축은 물론 농작물에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

양돈 농가를 운영하는 이모씨(60)는 축사 안 열을 빼는 작업에 하루를 몽땅 쏟고 있다.

축사 적정 온도는 24~26도. 이상을 넘어설 경우 돼지는 사료를 잘 먹지 않고, 질병에 쉽게 걸린다. 결국 온도 하나에 자식처럼 키운 돼지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씨는 열 배출 시설 가동과 함께 축사 지붕 물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름이 오기 전 설치한 차광막과 같은 폭염 대비 시설 보수도 빼놓지 않는 일거리다.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도내 13개 농가가 재해보험사에 가축 폐사 보험금을 청구했다. 같은 날까지 더위에 폐사한 가축은 1만6959마리다. /2면에 계속

 지난 14~15일 폐사량을 신고할 이날 오후가 되면 폐사 가축 수는 2만 마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돼지 25마리와 닭 1만6934마리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했다.
여러 농작물을 재배하는 박모씨(52·여)는 얼마 전 수확한 마늘 보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우스 안이 습하면 마늘 색이 변할 수 있고, 실내 온도가 높으면 보관 중이던 마늘이 익기도 한다.
습도와 온도 조절, 오랜 세월 농사를 지은 박씨도 어려워하는 일이다.
"마늘은 잘못 보관하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판매를 못해요. 올여름은 덥고 습해서 그런지 유난히 보관하기가 어렵네요. 한두 해 해본 일도 아닌데 매번 애를 먹으니...."
무더위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양옆을 에워싼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충북 최고기온은 31~34도 기온 분포를 보이겠다.

/조준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