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아내는
  • 임도순 수필가
  • 승인 2018.07.15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붓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임도순 수필가
임도순 수필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굿모닝 에프엠”방송을 들으며 출근을 한다.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변환하는 마력이 있어 채널은 고정이다. 리포터와 연결하여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전하며 순간순간 재치있게 진행한다. 인간미가 흘러나오는 대화 속에서 재미를 느끼고 그들이 소통하는 입담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늘은 진행자가 문정희 시인의 남편이라는 시를 낭독하며 이어간다.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시를 들으며 공감을 한다.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는 오랫동안 관계가 묻어난다.

인연은 묘하다. 나는 사회생활의 시작인 초임 발령지에서 고교 친구를 만났다. 첫 출장 명령을 받고 시내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때 지나가던 아내가 우연히 보게 되었고 평소 안면이 있던 친구 덕분에 사귀게 되었다. 만나면서 정이 깊어졌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벽이 되어 몇 달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마을로 출장을 가는 중에 같은 시내버스를 타면서 결국은 큰 고개를 넘었고 아내의 자리에 안착하였다.

부부는 무촌이다. 아무런 관계가 없어도 무촌이다. 남녀가 서로가 만나 결혼이라는 절차가 이루어지면서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먼 촌수가 된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되며 아무 거리가 없는 사이다. 남남이 무촌의 관계가 되면서 새로운 인척 관계가 형성된다.

아내라는 호칭은 결혼하면서 붙여진다. 전혀 관계없이 지내던 인간관계가 나와 결혼을 하면서 무촌부터 촌수가 매겨져 친척이라는 가족으로 변한다. 아내는 남편의 위치에 따라, 남편은 아내의 위치에 따라 매겨지는 가계도에 한몫 낀다. 복잡한 가계도에 불리는 호칭도 가지각색이어서 혼란스럽기는 하다.

아내는 남편의 어떤 존재일까. 사랑이라는 이름과 설레는 마음으로 인연이 맺어진 여인이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전혀 다른 인과 관계에서 결혼이라는 형식을 치르면서 무촌이 되었다. 가정을 이루고 한솥밥을 먹으면서 서로 의지하고 더러는 부대끼면서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 함께 길을 걸어가는 반려자다. 인류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둘이 만나는 기막힌 인연이다. 둘과의 사이에 자식이 태어나 엄마 아빠로 불릴 때 하늘이 내려준 둘도 없는 내 짝임을 실감하며 함께 가는 여인이다.

결혼하고 자식이 태어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호칭이 다양하게 바뀐다. 누구의 아내, 엄마, 단체의 회장, 총무로 불리면서 본래의 이름과 소원해진다. 아내의 자리는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데 불리는 이름은 그때그때 다르다. 살아가면서 수시로 호칭이 바뀌는 변신의 귀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