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처럼(7)
연어처럼(7)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8.07.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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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小品文)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오늘도 연어는 지난번까지 모습을 보여준 아흔세 마리와 함께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게요.

94.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먼 훗날에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고 다른 나라 사람 꾸뻬 씨가 말했잖아요.

95. 결제(結制)는 결제다워야 하고, 해제(解制)는 해제다워야만 안거(安居)가 무탈한 거죠.

96. 화두(話頭)는 들고 있는 것이지, 팔이 아프다고 해서 내려놓아선 안 되겠어요.

97. 물은 깊고 물결은 넓다는 “수심파랑활(水深波浪闊)”이 어찌 이백(李白)에 대한 두보(杜甫)의 걱정만 되겠는지요.

98. 맥아더(Douglas MacArthur)와 사관학교 동기였지만, 소령 계급만 16년을 달았던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는 상관이었던 맥아더에게 섬김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99. 조정권의 시 `산정묘지(山頂墓地) 1'은 이렇게 끝납니다.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영혼이 그 위를 지그시 내려누르지 않는다면.”

100. 기록하는 인간을 `호모 아키비스트(Homo Archivist)'라고 부릅니다. 우리 모두 어떤 기록이든 멈추지 않기로 해요.

이제 연어는 어느덧 백 마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연어처럼(1)'로부터 오늘까지 연결된 시리즈를 시작할 때 했던 말이 있었죠.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른다는 연어처럼, 때론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을 때가 있죠. 때 지난 메모들을 거울처럼 여겨 슬며시 들여다보는 것도 그리 무관한 일은 아닐 겁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그때 또한 이런 바람도 비추었고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강물이 제가 풀어놓는 언어로 된 연어 문장들의 은빛으로 조금이라도 흔들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연어처럼(1)'로부터 `연어처럼(7)'까지 제가 풀어놓은 연어 백 마리 가운데 몇 마리나 살아남을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10월에 발표된 “우리나라에서 방류된 연어 가운데 회귀한 연어는 0.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1000마리를 방류하면 그중에서 돌아오는 것은 4마리뿐이라는 얘기다”라는 어느 기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제가 방류한 백 마리의 연어들은 다 사라질 수도 있고, 돌아오는 네 마리가 다 될 수도 있겠네요.

제 바람은 백 마리 중 한 마리라도 다시 돌아와서 강물에서 은빛으로 퍼덕거렸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강과 연어와 물푸레나무의 관계'라는 안도현의 시를 함께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남대천 상류 물푸레나무 속에는/연어 떼가 나무를 타고/철버덩거리며 거슬러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나무가 세차게 흔들리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연어는 알을 낳은 뒤에 죽으려고/죽은 뒤에는 이듬해 봄 물푸레나무 가지 끝에/수천 개 연초록 이파리의 눈을 매달려고/연어는 떼 지어 나무를 타고 오른다/나뭇가지가 강줄기를 빼닮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제가 세상의 강물에 연어 몇 마리를 풀어놓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군요. 물푸레나무 같은 여러분과의 관계일 겁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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