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인가 국해의원인가
국회의원인가 국해의원인가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07.11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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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하 답답해서 묻고 또 묻습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수명의 보좌진과 비서관을 거느리며 억대의 국록을 받고 온갖 특권을 누리며 위세 등등하게 사는 그들은 누구입니까? 국회를 내 집처럼 드나드는 걸 보면 국회의원(國會議員)이 분명한데, 국민이 쌍욕하고 비난하는 걸 보면 국해의원(國害議員) 같으니 말입니다.

주지하다시피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국민을 대표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고 감사하는 헌법기관이자 공직의 최고봉입니다. 4년마다 지역구 의원과 정당비례대표 의원들을 국민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선출하는 선량(選良)들이지요.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소신껏 자유롭게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도 주었고, 수당과 여비는 물론 국유의 철도·선박·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특권도 주고 장관급 예우도 받습니다. 대신 청렴할 것과 국익 우선의 의무와 지위남용과 영리행위 및 겸직금지의 의무를 주었는데 영악한 의원들이 특권은 귀신같이 잘 챙겨 먹고 의무는 등신인 양 잘 지키지 않으니 사달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작금에 회자되는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가 이를 웅변합니다. 억대의 의정활동비도 받고 정치후원금도 받는데, 그것도 모자라 국민들 모르게 특활비를 편성해 쌈짓돈처럼 영수증도 없이 펑펑 써 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러려고 저런 후안무치한 자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나, 이러려고 뼈 빠지게 일해 번 금쪽같은 돈을 세금으로 바쳤나' 하는 국민들의 장탄식과 분노가 하늘을 찌릅니다.

대저 지금이 어느 때입니까?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연애도 결혼도 포기한 채 거리를 헤매고 지켜보는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지는데, 가임여성의 출산 기피와 준비 안 된 고령화의 늪이 국가의 미래를 좀먹고 있는데, 미세먼지와 황사가 국민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데 대책을 강구하기는커녕 무노동 무임금으로 제 뱃속만 채우고 있으니 기가 찹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판문점선언으로 남·북 간 화해와 평화 무드가 조성되고 있어 고무적이긴 하나 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그 틈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극대화를 도모하려고 온갖 술수를 부리고 있고, 북한의 노림수도 결코 만만찮으니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죽 쒀서 개 주는 참으로 엄중한 시국입니다.

이런 난국임에도 국회의원 나리들은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신들 몸집 불리기와 정치적 유·불리만 재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정당과 국회의원은 도태되어야 합니다.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하고 정권과 당권을 가진 자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하수인 노릇 하는 국회의원들은 발본색원하여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쳐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지역공동체도 삽니다.

요즘 여의도 정가 돌아가는 꼴 보면 참 가관입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권을 놓고 진박 감별사를 연상케 하는 부엉이 타령을 하고 있고,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궤멸하다시피 한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재건은커녕 볼썽사나운 계파싸움만 하고 있고, 여타 정당들도 도토리 키 재기거나 도긴개긴이어서 국회가 정말 국해의원들 소굴로 전락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법을 만드는 자들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하루가 여삼추인 민생법안들을 나 몰라라 하니 분통이 터집니다. 용비어천가만 부르는 거대여당과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야당에게서 희망을 구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일 테죠. 원 구성도 제 때 못하는 국회, 밥그릇싸움만 하는 국회, 제 탓은 없고 네 탓만 있는 국회, 꿈과 대안이 없는 국회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하여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다시 묻습니다. 당신은 국가와 국민을 이롭게 하는 국회의원입니까, 해롭게 하는 국해의원입니까? 필자의 이런 우문이 이 땅에 더는 없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국회는 국회다워야 하고 국회의원은 선량다워야 하니까요. 할 일 많은 국회입니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국회에 국해의원들이 더는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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