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숲처럼
초여름 숲처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7.11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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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문 정 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 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푸른 강 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너무 가까우면 부대끼고, 너무 멀면 그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격에도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나 봅니다. 서로서로 자리를 지키며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나무의 거리처럼 말이지요. 외로운 사람에겐 여기와 저기의 거리가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로 흐르는 파란 하늘이 있다면 그윽함도 초여름 숲처럼 깊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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