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벌마늘 유감
과유불급, 벌마늘 유감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8.07.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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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하지가 다가오니 마늘 수확이 한창이다. 작년에 관리 부족으로 풀밭에서 잔챙이 마늘만 수확했던 터라 좋은 씨 마늘을 구해서 심고 신경 써 관리한 마늘밭이다. 팔순의 어머니는 이제 마늘 캘 때가 되었으니 가리지 말고 모두 캐란다. 마늘대가 너무 마르면 매달기 어렵단다. 집사람은 마늘대가 푸르니 더 두어도 되겠단다. 늦게 캘수록 굵은 마늘을 수확할 수 있단다. 이론은 전문가 못지않다.

두 여인의 말이 틀린 게 없으니 어쩌랴? 마늘을 캐다 보니 이상한 마늘이 많다. 씨 마늘을 구입했던 마늘 농사 전문인 친구에게 물었더니 올해는 유난히 벌 마늘이 많다고 한다. 벌마늘? 벌마늘이 무엇인가?

보통 마늘쪽과 쪽이 벌어진 것을 벌마늘로 알고 있는데 이는 벌마늘의 일부이다. 난지형 마늘을 벌마늘이라고 하는데 난지형은 마늘쪽수가 많아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생긴 잘못된 정보이다. 생리 이상으로 생긴 마늘. 가을에 싹이 나고 봄에 수확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차 생장으로 인해 봄에 수확하기 전에 다시 싹이 나서 먹지 못하게 된다.(Daum 국어사전) 이도 잘못된 정보이다. 벌마늘이라고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정확한 벌마늘의 정의는?

농촌진흥청은 마늘의 2차 생장이 일어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통 정상적인 한지형 마늘은 한쪽을 심으면 싹이 나오고 6~8쪽 정도의 비늘줄기(쪽)가 생긴다. 그런데 조건에 따라 이미 생긴 마늘쪽에서(비늘줄기) 다시 싹이 나오는 것이 2차 생장인 것이다. 심한 경우 2차 생장된 마늘쪽 속에 다시 마늘쪽 몇 개가 더 생기는 경우도 있다. 결국 마늘쪽수가 늘어나지만 마늘쪽의 크기가 작아져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벌마늘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농촌진흥청과 마늘 농가의 분석을 살펴보니 공통점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첫째 질소 비료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와 웃거름을 늦게까지 주는 경우. 둘째 관수를 자주 했을 때나 비가 많이 온 경우. 셋째 마늘종(꽃줄기)을 일찍 뽑은 경우가 있다. 그밖에 너무 큰 씨 마늘을 사용한 경우, 저온 처리한 씨 마늘을 사용한 경우 등이 있다.

마늘을 캐며 생각해 보니 이중 몇 가지 원인은 내 탓이었다. 봄비가 잦았다는 것, 땅의 온도가 높았던 것은 하늘이 하는 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해에 아주 작은 씨를 심어 실패한 끝에 굵은 마늘을 씨 마늘을 심은 데다가 이러 저러한 일에 밀려 비료를 늦게 주었다. 또 마늘종을 뽑아야 마늘이 굵어진다는 말에 서둘러 마늘종을 뽑은 것이다. 과유불급이다.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그런데 벌마늘의 원인을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있다. 질소비료, 비, 높은 온도, 좋은(큰) 씨, 모두 마늘 생장에 좋은 조건이다. 너무 좋은 조건들 때문에 멈춰야 할 생장이 멈추지 않고 또다시 생장(2차 생장)이 일어 난 것이다.

정말로 과유불급이다. 마늘을 캐다 보니 도랑가 이랑의 벌마늘 된 것들은 모두 마늘이 큰 것들이다.

시원찮다고 속상해하던 이랑의 마늘이 오히려 벌마늘이 적다. 눈먼 자식이 효자 노릇 한다더니…. 문득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조건만 만들어 준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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