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의 4차산업혁명과 동화초등학교
지방에서의 4차산업혁명과 동화초등학교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8.07.10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K씨 부부는 최근 이사를 했다. 취학을 앞둔 자녀교육을 위해서다. 자녀교육을 위해 집을 옮기는 결정의 흔한 사례는 소위 8학군으로 지칭되는 명문대 입학 가능성에 묶여 있다. 그러나 K씨 부부의 이사는 학업능력에만 매몰되지 않은 교육의 다양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리하여 K씨 부부의 자녀가 다니게 된 학교는 청주동화초등학교. 전체 학생 수가 78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학교, 그러나 청주시 행정구역에 속해 있는 이 학교는 취학 연령대의 자녀가 있는 엄마들에겐 이미 입소문이 상당하다. 이 학교의 교육 목표는 뚜렷하며 남다르다. `첫째, 다양한 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린이를 기른다. 둘째, 학습과 생활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기초능력을 기른다. 셋째, 타인과 공감하고 협동하는 태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른다. 넷째,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을 기른다.'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교육목표에 걸맞게 동화초등학교는 도시농업 텃밭체험을 비롯해 삼짇날 등 절기 체험, 이야기 책놀이, 지역사회 체험, 작은 음악회 등 다양한 체험 위주의 교육이 진행되는데,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학부모의 참여로 진행된다. 학교와 어린이, 가정의 삼위일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스스로 키운 마늘 세 통, 진달래꽃잎으로 부친 화전을 가져와 자랑스러워하며 산과 들의 풀꽃 이름을 엄마, 아버지보다 더 많이 알게 된 학교생활이 신나는 건 부부의 딸만 이겠는가.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의 공감과 이해, 배려의 몸짓이 크게 커지고 있음이 대견스럽다.

민선 7기 출범 이후 각 지방 도시들마다 4차산업혁명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IoT 등 첨단 기술을 행정에 접목시키는 발전을 이야기한다. 또 가상현실을 통한 재난과 소방, 지진 등 안전에 대비하는 교육과 훈련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지방에서의 4차산업은 지극히 첨단기술에 의존한 시스템에 경도되어 있다. 특별히 첨단산업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 이를 산업적 경쟁력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도시는 없다. 대부분은 이미 개발된 4차산업 분야의 첨단 기술을 그저 적용할 뿐이다. 게다가 4차산업에 대한 시민 교육은 여전히 시도조차 되지 않은 상태여서 첨단이 가져다줄 자유를 만끽하기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을 대신하는 세상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올 것이다. 노동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얻는 대신 사람의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 것이고, 그런 시대가 되면 국가나 지방정부가 사람들의 소일거리와 로봇이 만들어낸 자본소득에 대한 분배에 골몰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어쩌면 가장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될 것이고, 자연과 사람 사이의 다양성과 디지털화되지 않은 창의성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오로지 학교만을 통해 분과별 개념적 지식의 습득에 치우친 경로를 거쳐 왔다. 궁극적으로 직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면서 분업화된 산업사회와 노동구조에 적합한 인간 육성과 그 성과에 따른 유능과 무능을 구분하는데 골몰해 왔다.

그러나 그런 성공과 실패의 점철을 불문하고 은퇴를 하거나 갑자기 일자리를 잃을 경우 학교에서의 기계적 학습으로는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

4차산업이 극단으로 완성되면 인공의 첨단기계들이 인간의 통제범위를 초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심각하다. 물론 호모사피엔스는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 내버려두지 않는 치열함을 보여 줄 터이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다수의 인간들은 상당한 희생을 치러야 할 것이다. 지방에서의 4차산업은 교육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촌스럽지만 자연과 생태를 알고, 인류가 걸어온 역사와 전통을 되새기며 휴머니즘으로 첨단기술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전인적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교육산업이 지방의 전략적 경쟁력 확보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동화초등학교의 교육목표는 4차산업의 시작점이다. 다양한 체험과 공감, 배려, 스스로 (문제를)해결하는 기초능력의 배양은 사람중심 4차산업의 기본이다. 문제는 사람다움이다. 교육 자치와 지방자치가 따로 노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