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有의 직지, 직지페스티벌에서 共有하다
空有의 직지, 직지페스티벌에서 共有하다
  •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 승인 2018.07.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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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늘 곁에 있는 친구다. 문득 생각나서 전화하면 벨이 울릴 틈도 없이 시간을 잡고 불러낸다. 술 한 잔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런 친구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집에 사는지,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 그저 출신학교나 가족구성원 정도 파악하는 수준, 그러면서 친구라 한다.

얼마 전 부산에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관으로 워크숍을 가진 바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기 가입된 도시, 가입을 준비하는 도시가 모였다. 단연 청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직지가 언급되었다. 그러면서 청주가 직지를 통한 도시이미지 마케팅의 현주소를 들었다. 창피했다. 직지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범시민·국민적으로의 전파에 있어 미흡하진 않은지, 결국 직지를 알고 있다 생각했지, 진정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거.

나 또한 직지를 잘 알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직지를 알고자 하고, 아는 만큼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

오는 10월 1일부터 21일까지 청주예술의 전당 및 청주 고인쇄박물관 일원에서 개최하는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서 그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직지 숲으로의 산책'이다. 직지의 숲은 직지를 간행했던 백운화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시물로 담아 전시되고, 오늘의 직지를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을 조망하며, 직지에 기록된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 체험, 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지친 일상의 쉼이자 힐링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가족이 손을 잡고 함께 하는 산책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노을이 지는 가을 저녁, 보드랍게 하늘거리는 바람 속에서 다양한 퍼포먼스와 콘서트가 행사장을 찾은 이들을 하나하나 감싼다. 손에 책 한 권을 올려놓고, 감미로운 음악과 차 한 잔을 곁들인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동안 멀게 느껴졌던, 나와는 별개의 괴리된 학문적 수준의 직지가 이제 내 생활의 일부로서 공유하게 되는 시간의 산책인 것이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는 현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그 직지를 탄생시킨 금속활자인쇄술은 정보교류의 혁명적 사건으로 역사혁명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 또한, 누리꾼이 뽑은 “한국을 빛낸 발명품”에 훈민정음, 거북선에 이어 금속활자가 선정되었으며, 행사 기간에 시행하는 유네스코 직지상은 유네스코가 시행하는 수많은 어워드 중 4위를 차지하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금속활자의 발명은 애민정신이 바탕이 된 위대한 유산이자 세계인의 자부심이다. 무(空)에서 유가 창조되는 세기의 위대한 발명인 것이다.

空은 비어있음이다. 空에서 하나의 영감이 떠오르고 그것이 실재(有)의 것으로 구현되는 과정의 크나큰 결과가 `직지'다. 이러한 직지의 가치는 직지국제페스티벌을 통해 공유됨으로써 그 진정한 가치가 구현될 것이다. 직지국제페스티벌을 지역축제라 이야기한다. 아니다. 직지국제페스티벌은 국제행사이다. 청주시민이 주인이 되어 만들어내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만들어내는 국제행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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