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치
사람의 가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7.10 2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장(취재3팀)
김금란 부장(취재3팀)

 

사람의 가치는 스스로 재단할 수가 없다. 돈이 많다고 가치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가난하다 하여 가치없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낮추는 것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최근 세계인들이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태국의 동굴 소년들 구조 사건을 보면 고립된 13명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애쓴 엑까뽄 찬따웡 코치의 삶은 누가 뭐라 해도 칭찬받을 만하다.

지난달 23일 훈련을 마치고 탐루엉 동굴 관광에 나섰다가 폭우로 보름 이상 고립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엑까뽄 찬따웡 코치와 유소년 축구팀 선수 13명. 실종 열흘만인 지난 2일 밤 동굴 입구로부터 5㎣ 떨어진 지점에서 가까스로 위치가 확인됐고 필사적인 구조 끝에 10일 현재 10명이 구조됐고 3명이 남아 있다.

현지인들은 그 코치를 향해 “왜 아이들을 동굴에 데려갔느냐”라며 질타를 쏟아냈지만 기적의 생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코치가 침착함을 잃지 않고 긴 시간 아이들을 보호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감동을 전했다.

컴컴한 동굴 속에서 코치 역시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내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을 테지만 엑까뽄 찬따웡 코치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체력을 아낄 수 있도록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했고,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흙탕물 대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라고 조언했다. 어렵게 자신들을 찾아낸 구조대원 편에 코치는 동굴 밖에서 아이들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들에게 사죄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그는“모든 부모님께 아이들이 아직 괜찮다는 소식을 전한다.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을 약속한다”고 썼다. 또한 “정신적으로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끝으로 “부모님들께 사죄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엑까뽄 찬따웡 코치는 동굴에 고립된 소년들을 외면하고 혼자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함께 살아남는 길을 택했고 결국 모두 생명을 구하는 결과를 얻었다.

반면 우리나라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오너 가족들의 모습은 어떤가?

이들은 갑질 노릇에 취해 수만명의 직원은 안중에 없다.

오너 가족을 위해 직원들은 고개를 숙여야 했고 기분을 맞추기 위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비위 사실조차 눈감아야 했다.

직원들에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생명줄이었다.

자식을 공부시키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직원들의 절박함을 두 오너 가족들은 갑질 노름의 도구로 악용했다.

수만명의 밥줄이 걸려있는 회사를 위기에 빠트리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 이들에게 가진게 없어도 잘 살아가는 서민들은 말한다. 왜 그러고 사냐고.

지난 3일 청와대에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자들을 초청한 점심 간담회가 열렸다.

그날 상에는 단팥죽, 수정과, 식혜가 차려져 있었다.

평생 단팥죽을 팔아서 10년 동안 2억4000만 원의 고액 기부를 한 79세의 김은숙 할머니가 직접 만든 음식들이었다.

할머니는 아픈 딸을 데리고 병원을 다니면서 나만큼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43년전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올해 초에는 남은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마저 기부했다.

누구는 팥죽 한 그릇으로 세상을 빛나게 하는 데 누구는 하늘 위에서 추락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인생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