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계산대의 역습
무인 계산대의 역습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7.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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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물가와 인건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천안에서 요즘 무인 계산대가 눈에 띄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등장해 눈길을 끌더니 얼마전엔 대형마트에서도 도입해 소비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등장한 무인 계산대의 이용 방법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소비자가 고른 물건의 바코드를 무인계산대에 비치된 `스캐너'에 인식시킨 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직접 결제하는 방식이다. 물론 현금 계산은 불가능하다.

지난주에 대형마트에서 직접 체험해 봤는데 앞으로 매장에서 계산원이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여대의 무인계산대 앞에 줄을 서서 직접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아직은 호기심이겠지만 `셀프 무인 계산 방식'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는 만큼이나 기계가 계산대 직원을 밀어내는 시기도 빨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대형마트 업계는 지난해부터 무인 계산대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서울 양평점에 지난해 4월 무인 계산대를 처음 선보인 후 6월 말 현재 천안을 비롯한 전국 10개 점포에 87대의 무인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처음 무인 계산대를 도입한 이마트는 공격적으로 그 대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성수점 등 3개 점포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이후 6개월 만에 전국 144개 점포 중 30%에 가까운 40개 점포에 무인 계산대를 설치했다.

아직 초기이지만 무인 계산대의 이용률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처음엔 1~2개 소량의 품목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지금은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1회 평균 구매 품목 수는 4.7개나 되고 있다. 점차 이용자 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롯데마트 서초점은 전체 고객 중 41%가 무인 계산대를 통해 직접 `셀프 결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마트는 고객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10여 개 점포에 설치된 무인 계산대를 연내 40여 개 점포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불안한 것은 이 같은 무인 계산대의 등장이 저소득층에 대한 `고용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부터 확산하고 있는 무인 계산대는 대부분 단순 노동이 필요한 일자리를 사람들로부터 앗아가고 있다. 단순 노동 인력이 필요한 식당이나 유통업계가 최저 임금이 급격히 인상되자 직접 고용보다 장기적으로 효율성이 더 나은 무인 계산대를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무인 계산대의 등장은 심각한 고용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숙련된 기술이 없는 단순 노동 인력의 경우 구직난과 함께 더욱 고되고 힘든 일자리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전년 대비 8%나 감소했다. 저소득 계층의 일자리가 없어졌거나 더 임금이 낮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인 계산대의 역습에 어떤 묘안을 짜내야 할지 정부의 대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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