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 기다리다 보면
멈추어 기다리다 보면
  •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8.07.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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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연일 내리는 장맛비에 온천지가 습하고 눅눅하여 기분은 가라앉고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이 심경을 토로하고 싶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고 어디를 가고 싶지만 비가 내리니 마음먹은 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알 수 없는 이 짜증은 옆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에게로 번지기가 쉽습니다.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인데 나의 심신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해지니 말입니다. 내가 기쁠 때는 상대방도 기뻐하는 것 같고 내가 슬플 때는 상대방도 슬퍼 보입니다. 아마 나의 감정들이 심신을 통해 주위에 전해져 그렇게 보이겠지요. 또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기분인데 어떤 때는 기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슬프기도 합니다. 더더욱 모를 일은 이런 기분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날씨의 영향까지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다 좋게 해주고자 해도 그 사람들의 원하는 바가 제각각이니 모두를 기분 좋게 해준다는 것은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살이가 쉽지만은 않다고 하는가 봅니다.

그래도 가장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내 마음이나 기분입니다. 내 기분도 맘대로 조절 못 하고 주위의 영향을 받거나 상대방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인생을 산다면 초라해지겠지요.

그런데 내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는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내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습관이 몸에 배어버린 것들 즉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는 경우는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참지 못했을 때 생명에 지장을 가져오거나 건강을 해치는 상황이라 하는데도 스스로 참지 못하는 경우겠지요. 나쁜 습관이 몸에 배기 전에 마음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연습을 해 둔다면 뜻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질 것입니다.

습관을 나쁜 것이라고만 볼 것이 아니라 습관 되어지는 원리를 활용해 마음을 길들일 수 있다면 결국 마음을 마음대로 활용하는 능력이 길러질 것입니다. 그런데 내 마음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마음이 물건처럼 눈으로 볼 수 있거나 만질 수 있는 것이면 좋을 텐데 순간순간 자각해야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각자가 자신의 주인이기에 마음을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본인의 마음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지만 어찌 작용하는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옛 말씀이 있습니다. 마음을 다잡으면 다 되고 안하기로 하면 되는 것이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마음은 다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 세상은 마음 천지지요. 마음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한마음이어서 그런지 우리는 서로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내가 하는 모든 행위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상대방도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니 우리는 서로 남이 아닙니다. 그러니 내 마음을 항상 기쁘게 하여 보고 듣고 말할 때 주위 사람들의 마음도 기쁘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내 마음이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는 잠깐 멈추거나 기다려 주면 됩니다. 마음은 미묘해서 조금만 멈추어 기다리면 다시 기쁨과 행복이 솟아오릅니다.

계속될 것만 같은 장맛비도 묵묵히 견디다 보면 물러가듯이 마음속의 우울함도 묵묵히 멈추어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라질 것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면 잠깐 멈추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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