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땅 - 몽골 고비사막 여행기 2
순수의 땅 - 몽골 고비사막 여행기 2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8.07.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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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경산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바양작은 불타는 절벽이란 뜻으로 붉은색 토양이다. 몽골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절벽이 웅장하지는 않았다. 이곳은 1923년 세계 최초로 공룡 오비랍토르의 알 화석이 발견돼 공룡이 알을 낳는다는 것을 지구상에 알게 해 준 곳이다.

다섯 번째로 가 본 곳은 바가가즈린촐로이다. 이곳은 켜켜이 돌떡을 쌓아 놓은 듯한 바위가 즐비하다. 소련군에 의해 라마불교 사원이 파괴되던 시절 이 깊은 곳까지 찾아와 숨어 있는 승려들을 찾아내 처형한 옛 자와담딩 사원터가 있다. 허물어진 빈터에 희미한 벽화만이 안타까운 역사를 증언하는 듯하다.

몽골에서는 길 곳곳에 아워(Ovoo)라는 돌무더기에 나뭇가지를 꽂아 놓고 파란 천과 노란 천 등을 둘러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간혹 산양 뿔도 꼽아 놓았다. 가이드와 운전기사는 아워가 나오면 돌을 주워 던지며 3번을 돌면서 소원을 빌었다. 우리나라에서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비는 것과 흡사했다. 아마도 정착하지 못하는 유목민들이라 사원을 짓는 대신 즉석 성전이 필요했으리라. 파란색은 하늘을 상징하여 몽골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푸른 천을 나무에 감아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우리나라 서낭당을 생각나게 한다.

여섯 번째로 가본 곳은 테를즈 국립공원에 있는 아리야발 사원이다. 이곳은 고비사막을 벗어나 울란바토르 근처에 위치한다. 108계단을 올라가니 라마교 불경이 새겨진 마니차라는 큰 원통이 있다. 사원 주변에도 작은 마니차가 울타리처럼 있는데 걸을 때 마니차를 손으로 굴리며 `옴마니밧메훔'을 읊으면 경전을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몽골은 라마교(티베트불교)를 국교로 삼고 있다. 라마교는 13세기 초 전래해 20세기 초 각 가정에서 의무적으로 남자아이 1명을 사원에 보내 승려로 키울 정도로 융성했다. 그러나 1924년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된 이후부터 불교에 대한 박해가 시작됐고 1937년 불교사원이 대대적으로 파괴됐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이태준 선생 기념 공원이다. 이태준 선생은 입원한 안창호 선생을 만나 비밀청년단체인 청년학우회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체포 위기에 처하자 몽골로 망명했다. 선생은 병원을 개설해 몽골인 70~80%가 감염된 화류병 퇴치에 앞장섰고 마침내 몽골 마지막 왕인 보그드 칸 8세의 어의가 됐으며, 몽골 정부는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을 수여했다. 몽골 사회에서 신뢰를 쌓은 이태준 선생은 각지의 애국지사들과 긴밀한 연락관계를 유지하면서 비밀 항일 활동에 큰 공적을 남겼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타국에서 조국을 위한 독립운동은 물론 타국의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업적을 남긴 이태준 선생이 자랑스러웠다.

몽골의 관광지는 대부분 사람의 손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순수 자연물이다. 비와 바람 같은 자연현상에도 취약해 관광지로 계속 이용되면 금방 훼손이 될 것만 같아서 보존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나라 각계에서 10년 이전부터 몽골에 나무 심기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몽골을 다녀와서 알았다. 황무지를 보고 나니 우리나라 황사나 미세 먼지도 줄이고 몽골 땅에 생명력을 넣어주기 위해서라도 나무를 더 많이 심어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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