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밥에 관심 끄고 의원역할 고민할 때
잿밥에 관심 끄고 의원역할 고민할 때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7.08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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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지방의회의 `감투싸움'이 어김없이 재연됐다. 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원구성에서 야당을 배제하자 한국당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의회에서 다수당인 된 민주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려는 것에 한국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충북도의회 개원 첫날 한국당 도의원들은 의회보다 기자회견장을 먼저 찾아 “민주당은 야당 시절 외쳐온 상호 합의와 협치를 내팽개친 채 승자 독식 논리로 불통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옥규 의원은 본회의 첫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똑같은 내용을 되풀이했다. 사정이야 어찌됐건 한국당은 `소통'과 `협치'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자리를 구걸하는 모양새가 됐다. 무리한 요구를 제시해 `불통 의회'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가려는 모습은 4년 전 한국당이 다수당일 때 민주당의 행태와 판박이다.

도의회 전체 32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28석 한국당이 4석이다. 도의회에서 `감투'라고 할 수 있는 자리는 의장, 부의장 2석, 상임위원장 6석, 특별위원장 2석이다. 한국당은 이 가운데 부의장 1석, 상임위원장 1석, 특별위원장 1석을 요구했다고 한다. 4명의 의원 중 3명이 자리를 갖겠다는 것이니 `몰염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당이 21석을 차지해 10대 도의회를 장악했을 때 10석으로 소수당이었던 민주당도 원구성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전반기 때 상임위원장을 1석도 갖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10대 도의회와 11대 도의원회는 의석수부터 비교 대상이 안된다. 한국당은 5석에도 못미쳐 교섭단체조차 꾸리지 못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그럼 왜 원구성이 있을 때마다 자리다툼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돈이다. 도의회 의장은 매달 420만원, 부의장은 월 210만원, 상임위원장은 월 13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주어진다. 업무추진비 집행은 전적으로 의원 개인에게 맡겨진다. 이런 이유로 의원들의 부적정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매번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다. 의정활동·지역 홍보, 업무 추진을 위한 간담회 등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의원 개인의 쌈짓돈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당 도의원들은 더 이상 자리에 욕심내지 말고 의정활동에 전념해야 할 때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잃고 지방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고도 야당은 여전히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는 듯하다. 비록 4석 밖에는 되지 않지만 여당 일색인 의회에서 집행부 `견제의 칼날'이 무뎌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때라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한국당이 불식시켜주길 도민들은 바라고 있다.

여당도 승리에 도취해 자만해서는 안된다. 이번 선거의 승리는 여당이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를 둘러싼 여건은 만만치 않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하다고 난리들이다. 여당은 겸손한 자세로 생활정치로 임해야 한다.

지금 도의회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원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서민의 삶부터 챙기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도의회가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개원 첫날부터 자리싸움을 하는 한심한 모습을 다시는 도민들에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

여야는 잿밥에 관심 끄고 의원으로 할 일부터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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