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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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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돌멩이와 '가짜' 다이아몬드
남 성 수 <논설위원 충북여고 교사>

인간을 가르치는 진리 중에 가장 으뜸(宗) 가르침(敎), 그것은 말 그대로 종교다. 미개했다는 저 원시 시대와 똑같이, 21세기 첨단을 자랑하는 지금도 사람들은 종교로 산다. 또한 그 시절과 마찬가지로 다신교다. 부처나 예수 알라만이 아니라, 물신을 숭상하고 경쟁과 효율을 우리 삶이 지향해야 할 지고의 가치라고 믿는다. 어떤 이는 왕성한 소화력으로 양쪽을 한꺼번에 믿는다. 종교는 조건을 두지 않아서 그 인식과 믿음의 방식은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이해할 수 없는 삶과 자연의 현상을 안정적으로 설명해 준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그 속에서 안식과 평안을 얻는다.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는 신앙생활 외에 예술적 감동이 필요하고, 도덕적 가치와 상식이 요구되며, 최소한의 도덕이며 상식인 법이 있어야 할까. 절간의 해탈과 예배당의 사랑, 무슬림의 평화만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것 외에 왜 우리는 그보다 낮은 진리와 규범들을 배우고 준수해야 할까.

'으뜸되는 가르침'과 그에 비하면 하잘 것 없는 '상식'에는 또 다른 면이 있다. 그것은 '진짜'와 '가짜'이다. 세상의 모든 의미를 뭉뚱그려 비벼보면 사실 모든 것은 공평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개천 바닥에 널린 돌멩이는 '가짜'가 없다. 누가 그 하잘 것 없는 돌멩이를 가짜로 만들어서 무슨 일을 꾸미겠는가. 그러나 그 돌멩이 중 으뜸되는 돌멩이 다이아몬드일 때, 사태는 달라진다. 진짜는 희귀하고 걸핏하면 모조품 가짜 명품보석이 판을 친다. 보석은 대개 인간들 사이에서 독점되고 과시되며 속이고 우롱하는 수단이 된다. 우리의 삶 속에서 대개 진실한 쪽은 흔하고 볼품없고 하잘 것 없는 주소에 살며, 이 시대를 주름잡는 높고 귀한 것들은 대개 삶을 왜곡시키는 그들만의 가짜들 천국을 꾸린다.

세계 10대 대형교회 중 절반 이상이 존재한다는 한반도 남쪽, 기독교 복음의 왕국에서 목회자라는 사람들이, 저 까마득 높고 귀한 신과 종교의 이름으로 사학법 재개정을 부르짖으며 삭발하는 모습은 차라리 슬프다.

이 땅에 고질적인 사립학교들의 전횡과 비리, 그리고 개정된 사학법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말하기조차 구차하다. 수 십년 묵어빠진 이 나라 사립학교의 부패를 보다 못해 폐쇄적인 사학운영의 골방에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최소한의 투명한 절차로 학교를 운영하라는 내용이다. 이 개정된 사학법을 향해 종교재단을 소유하고 있는 소위 '성직자'들의 비난은 그들을 섬기는 저 하잘 것 없는 시정잡배의 상식에도 못 미친다.

'낮은 자가 높아질 것'이라는 저 '진짜' 보석같은 말씀은 다 어디에 갔을까. '성전을 부수라'는 말씀을 믿으며 중생을 가르치고 그것으로 사회적 명예와 권위 그리고 부까지 가진 그들이, 그 성전에 '창문' 두어 개 달으라는 사학법을 향해 빨갱이 법이라고 외치는 신앙은 낮은 보통 국민의 상식을 속이고 우롱하는 '가짜'이다. 거기에 무엇을 얻어먹을 것이 있는지, 이들의 이해관계에 입을 대고서 사학법을 다시 돌려놓지 않으면 국민 생활을 위한 법이건 뭐건 보이콧하겠다는 한나라당, 이런 안하무인에 부회뇌동하는 열린우리당, 가짜들의 천국이 임하나 보다.

암울한 시절에도 희망, 가짜들이 판치는 세상에도 우리에게 말 그대로의 '으뜸' '가르침'과 희망이 있을까. 성전의 뒷골목에서 이 땅의 하잘 것 없는 돌멩이들에게 보석보다 귀한 밥을 푸는 목자님들과, 아득히 높아서 오히려 낮은 저 산비탈에 '진짜' 연탄을 밀어 올리시는 보살님들, 그리고 비난받고 움츠러든 작은 목소리이지만 사학법 재개정을 반대하는 소수 목회자와 시민단체들의 외롭고 의로운 목소리들… . 과연 그들이 '온 땅을 차지할'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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