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
살바도르 달리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18.07.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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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애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살바도르 달리, 승화의 순간, The Sublime Moment, oil on canvas, 39×47, 1938
살바도르 달리, 승화의 순간, The Sublime Moment, oil on canvas, 39×47, 1938

 

이상애 미술학 박사
이상애 미술학 박사

 

여기 가장 합리적인 것에 반기를 들고, 그리고 가장 상식적인 것을 거부한 20세기 최고의 초현실주의 화가가 있다. 어쩌면 중·고등학교 책에서도 그의 작품을 한 번쯤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녹아 흘러내리는 듯한 부드러운 시계, 호반 위에 코끼리를 비추는 백조, 위로 날카롭게 말아 올라간 콧수염 등은 그를 가장 빨리 연상하게 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일 것이다. 그렇다. 피카소와 더불어 20세기 현대미술에 대 지각변동을 가져다준 스페인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꿈에서나 봄 직한 그런 형상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미술양식을 이성(理性)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공상과 환상, 또는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현실을 초월한 미술, 즉 초현실주의 미술이라 부른다. 자, 그러면 이 위대한 편집증 환자의 백일몽이 어떤 법칙에 의거하여 작품으로 탄생되었는지 그의 한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작품의 제목은 <승화의 순간, The Sublime Moment>이다. 이 작품은 제목이 매우 함축적인데 전이의 법칙을 따른다. 말하자면 어떤 사물의 형상이 비슷한 다른 것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이 작품 속에는 온갖 성적 상징들로 가득 차 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에 따르면 (달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에 영향을 받음) 가령 꿈에서 `3이라는 숫자나 막대기, 지팡이, 수도꼭지, 어류' 등과 같은 것들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고, `동굴, 항아리, 냇물, 달팽이' 등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한다. 계란을 담은 접시, 길쭉하게 늘어난 접시의 끝 부분, 그로부터 떨어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방울, 그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 길쭉한 수화기, 두 갈래로 벌어진 가지. 이쯤 되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계란을 담은 접시는 여성의 자궁을, 계란은 여성의 난자를, 길게 늘어진 접시의 끝 부분은 남성의 상징이며 그 끝에 매달린 액체는 정자를 상징한다. 액체방울은 금방이라도 계란 위로 떨어질 듯하다. 드디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명이 잉태되는 승화와 숭고의 순간이 일어나려는 참이다.

예술가들이 신경증 환자라는 프로이트의 말은 허언이 아닌 듯싶다. 달리는 대낮에도 종종 환상을 보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사실적 초현실주의의 표현이지만 정신병자의 그림처럼 기괴한 꿈이나 몽환적 환상의 세계를 현실의 세계로 착각하게 만들도록 하는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그림에 “편집증적 비평방법”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그의 무의식은 의식의 눈을 오묘하게 피하며 승화되지 않는 것을 표면화하여 몽환적 환상의 세계를 담아낸 것이다. 그는 상식과 이성을 깨트리고 예술의 미래가 진정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지를 통찰한 20세기의 선지자였던 것이다.

/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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