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대로 거둘 뿐
뿌린 대로 거둘 뿐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8.07.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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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돈이 필요할 때 은행에서 돈을 찾아 쓸 수 있는 것은 이미 은행에 저축해 놓은 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은행에 저축해 놓은 돈이 없어도 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대출이란 제도를 통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신뢰를 쌓아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며, 결국엔 대출받은 돈에 이자까지 보태서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으로 남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까닭에 그 누구도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법칙을 피해 갈 수 없다. 착한 일이 쌓이면 착한 과보를 받고, 악한 일이 쌓이면 악한 과보를 받는 `선인선과 악인악과'야말로 우리의 삶 속에서 작동되고 있는 질량불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결국,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나듯, 나 스스로 심고, 그 심은 바를 거두는 쉼 없는 긴긴 여정이 바로 인생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자님은 “君子求諸己(군자구저기) 小人求諸人(소인구저인)”, 즉 군자는 자기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배는 타인에게서 구한다고 강조하신 바 있다. 인격적으로 완성된 군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거나, 남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말씀이다. 군자는 실패를 모르는 전지전능한 괴물이 아니다. 매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알아차리고 고치며 끝내 실패해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이 군자다. 따라서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음은 당연하다.

자기 자신이 서 있는 현주소를 정확하게 알고, 자신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있는 군자라면, 타인의 찬사와 비난에 흔들리며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까닭이 전혀 없다. 타인의 견해가 옳다면 겸허히 받아들이면 그뿐이고, 그렇지 않다면 일말의 흔들림이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군자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공자님은 “不患人之不己知(불환인지불기지) 患不知人也(환불지인야) 患其不能也(환기불능야)” 즉, 남이 나를 몰라주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나의 능력이 부족함을 걱정하라고 채근하신 바 있다.

공자님은 또 “譬如爲山(비여위산) 未成一(미성일궤) 止(지) 吾止也(오지야) 譬如平地(비여평지) 雖覆一(수복일궤) 進(진) 吾往也(오왕야)”라는 말씀도 하신 바 있다. 산을 만듦에 있어서 한 삼태기가 부족한 채로 멈췄다고 해도 내가 멈춘 것이고, 땅을 고름에 있어서 움푹 파인 곳에 한 삼태기의 흙을 덮었다고 해도 내가 그 만큼 나아간 것이라는 의미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비롯되듯이, 내가 마음을 내서 한 걸음 내 디뎌야만 비로소 펼쳐지는 것이 인생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0점 조정된 맑고 밝고 고요한 마음으로, 그 무엇에도 집착함 없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며 정견(正見)하고 있는가? 그 정견에 따라 즐거움의 씨앗을 뿌리며 즐거움의 싹을 키우고 있는가? 아니면 괴로움의 씨앗을 뿌리며 괴로움의 싹을 키우고 있는가? 선(善)의 씨를 뿌리고 있는가? 악(惡)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가? 선의 싹을 키우고 있는가, 악의 싹을 키우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 나의 마음은 맑고 밝고 고요한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인생을 수놓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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