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여 외민(畏民)하라
공직자여 외민(畏民)하라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07.04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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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민선 7기가 출범했습니다. 태풍 `쁘라삐룬'이 액땜을 하듯 전국에 폭우를 뿌렸습니다.

하여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당선과 재신임의 영예를 안은 대다수 지자체장들과 교육감들이 계획했던 취임식을 취소하고 재난대비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폼 나는 취임식을 마다하고 지역의 안위를 점검한 그들에게 주민들은 후한 점수를 주었습니다. 아니 당연지사라 여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민들의 표를 받고 자리를 꿰찬 공직자들의 본령이요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공직자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공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자들을 일컫습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처럼 선거로 뽑힌 이른바 선량인 공직자와 합법적인 임용절차를 통해 국가직 공무원이나 지방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정무직 공무원과 일반직 공무원이 바로 그들입니다.

공직이 신성하고 가치 있듯 모든 공직자는 올곧고 성실해야 합니다.

직무의 대상이 국민이고 시민이고 주민이니 마땅히 그리해야 하며 직무지향이 공익의 실현과 확산에 있으니 열과 성을 다해야 합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연설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만 우리에겐 그보다 오래전부터 민본주의 사상과 주의가 있어왔습니다. 애민(愛民), 위민(爲民), 안민(安民)론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왕조시대나 권위주의 시대에 나온 산물이라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부정적인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 기저에 민(民)을 수하로 보거나 보호대상으로 보는 치자(治者) 우월의식이 남아있어서입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민이 주인으로서 대표일꾼들을 선택하고 부리는 시스템이니 공직자는 민이 두려운 존재이며 잘 섬겨야 하는 대상입니다. 그게 바로 외민(畏民)정신입니다. 그러므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를 통해 주창한 이 외민정신을 이 땅의 공직자들은 이를 금과옥조로 삼고 우일신해야 합니다. 국민의 공복이니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국정을 농단하였다 하여 임기 중에 탄핵되고 영어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몰락한 그의 측근들이 이를 웅변합니다. 이처럼 어떤 정권이든, 어떤 공직자든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날뛰면 성난 민심이 폭풍우가 되어 배를 뒤집기도 하고 천 길 낭떠러지로 밀치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외민 하지 않고 오만하면 그렇게 징을 맞거나 경을 칩니다.

베트남 통일을 이끈 호찌민(胡志明)이 임종 시에 외민을 역설한 목민심서 한문본(漢文本)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하니 그의 인물됨과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아무튼 민선 7기를 이끄는 지자체장들은 목민심서를 한 번쯤 읽어보고 애민과 위민과 안민을 넘어 외민 하는 공직자로 거듭나기 바랍니다.

일반공무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쁘면 목민심서 요약본이라도 읽어보고 농업행정을 하는 공무원은 농업인을, 문화예술행정을 하는 공무원은 문화예술인을, 사회복지행정을 하는 공무원은 노약자와 소외된 이웃을 성심을 다해 보살피고 섬겨야 합니다. 그들이 있어 자신의 업무가 존재하며 자신들의 역할이 있는 것이니 당연히 그리해야 합니다.

바라건대 을인 공무원이 갑인 국민에게 이리왈저리왈 하거나 갑질하는 몽매한 공직자가 없길 바랍니다.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는 옛말처럼 외민 하는 공직자는 흥하고 역민 하는 공직자는 패가망신합니다. 특히 주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이 된 공직자들은 명심 또 명심하여 지역과 주민에게 살신성인하기 바랍니다. 바야흐로 지방자치시대이자 지방분권시대이며 지자체간 무한경쟁시대입니다. 공직자가 외민 하면 지방도 웃고 나라도 웃습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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