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위조·90대로 신분세탁 65세 전과 14범 또 잡혔다
복권위조·90대로 신분세탁 65세 전과 14범 또 잡혔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8.07.03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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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복권 칼로 위조 … 1억원 타내려다 덜미
청주상당署 유가증권 위조 혐의 검찰 송치
2005년에도 같은 범죄로 2년간 징역살이 후
90대로 신분세탁 TV 출연 … 전국적 유명세
지난 2월7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한 복권방에서 A(65·오른쪽)씨가 당첨금 1억원으로 위조한 즉석복권을 복권방 주인에게 건네고 있다. 2018.07.03. (사진=청주상당경찰서 제공) /뉴시스
지난 2월7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한 복권방에서 A(65·오른쪽)씨가 당첨금 1억원으로 위조한 즉석복권을 복권방 주인에게 건네고 있다. 2018.07.03. (사진=청주상당경찰서 제공) /뉴시스

 

90대 노인으로 신분을 세탁, 노령 연금과 장수 수당을 받아 챙긴 사실이 탄로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본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숱한 범죄로 일생 대부분을 철창 안에서 보낸 `희대의 사기꾼'은 또 즉석복권을 위조해 당첨금을 타내려다 덜미를 잡혔다.

전과 14범 안모씨(65). 안씨는 지난 2월 7일 청주시 서원구 한 복권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곧 즉석복권 한 장을 주인에게 내밀었다.

복권에는 `1억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똑같은 숫자가 여러 개 적혀 있었다. 보이는 대로라면 1억원짜리 당첨복권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복권방 주인의 날카로운 눈썰미는 피해가지 못했다. 정상적인 복권과 비교해 어설픈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닌 점을 이상히 여긴 주인은 일련번호 대조 작업을 벌였다.

그 순간 당첨금 받길 기다리던 안씨가 달아났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복권은 당첨 숫자를 칼로 긁어 접착제로 붙인 `가짜 당첨 복권'이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달 노숙생활을 하던 안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안씨에게 유가증권 위조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안씨는 수년전 기상천외한 범죄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사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유가증권 위조죄로 2년 동안 징역살이를 하고 나온 안씨는 노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나이를 90세라고 속인 그는 주변인으로부터 “나이가 많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생활하느냐”는 얘기를 듣게 됐다.

솔깃한 말에 안씨는 신분을 바꾸기로 결심, 고아 행세를 하며 청주의 한 교회 목사에게 접근했다. 안씨는 교회 목사의 도움으로 다음 해 법원에서 성·본을 창설한 뒤 새로운 가족관계등록(호적) 창설 허가를 받았다.

법원이 허가한 출생연도는 1915년. 안씨가 실제 나이보다 무려 38살이나 더 먹게 된 순간이다.

그는 본격적인 위조 범행에 나섰다. 신분이 드러날까 열 손가락 끝에 접착제를 발라 지문을 망가뜨린 뒤 새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았다.

가짜 신분을 얻은 안씨는 2009년 3월부터 48개월 간 2300만원에 달하는 기초 노령 연금과 장수 수당, 기초생계비를 받아 챙겼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TV 노래자랑과 교양 프로그램에 90대 노인으로 출연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치밀한 범행은 우연한 계기로 막을 내리게 됐다.

청주시내 복권 판매점 6곳에서 위조된 연금복권이 발견, 수사를 벌이던 경찰에 “TV에 출현한 적이 있는 90대 노인이 위조 복권을 갖고 왔다”는 제보가 들어오면서다.

백발에 허연 수염, 얼굴을 뒤덮은 주름과 검버섯. 생긴 외모에 비해 어린 나이였던 안씨는 연일 언론 매체를 장식했다는 후문이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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