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따라가기
빛 따라가기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18.07.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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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화분 속의 화초가 기우뚱하다. 더운 날씨의 마당에서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말라버렸으니 반쪽의 몸을 정리한 후부터이다. 그래도 나머지 반이 살아 있으니 귀하게 여기며 실내로 들여 놓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로즈마리라는 허브인데 이렇게 되기까지 돌보지 않아서 조금은 미안한 감이 들었다. 지금부터라도 정성을 쏟기로 했다.

수시로 눈 맞춤을 하며 쓰다듬어준다. 제발 잘 살아서 오래도록 나와 함께 있자며 간청을 한다. 알았다는 듯 코끝의 향기로 답을 해온다. 참 신기하다. 하루가 다르게 싱싱함을 뿜어내더니 몸 전체를 화분과 함께 균형을 맞추어가고 있었다. 이파리 하나하나에서도 심기를 느낄 정도이다. 내 시선과 소통을 하는 것처럼 날마다 새로움은 더해갔다. 식물과 사람의 관계도 이러한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필요한지 생각하는 기회였다.

잘 자라고 있다. 물도 주고 영양도 아끼지 않는다. 어느덧 가지와 이파리가 보기 싫지 않을 만큼 무성해졌다.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특이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허브의 온몸이 햇빛을 향해서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알고 난 후부터는 화분에 빛이 스며들도록 자주 방향을 바꾸어주었다. 로즈마리는 결국 화분의 중앙을 향해 보기 좋은 모습이 되었다.

그 모습에서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 땅의 많은 사람을 생각해 보았다. 살아가면서 옳고 그름에 대해 우리의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보게 된 것이다. 바로 저런 모습이 삶의 본보기였다. 빛과 그늘의 관계까지도 조심스레 떠오르는 것이었다. 빛으로 인해 변화되는 것은 신체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까지 올바르게 해 준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세상에서 빛만 필요하지는 않으리라. 물리적인 그늘의 적절함도 우리에게는 필요한 부분으로 작용해온다. 이렇듯 빛과 그늘의 조화는 돌이켜보면 삶에 있어서 조금은 휴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삶의 내면적인 문제에서는 빛의 비중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 마음속의 우울을 막아내기에 효과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빛은 긍정의 요소로 작용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오른다. 살아계실 때에는 늘 잔소리로 들려오던 소소한 말씀들이 이제 생각해보니 모두가 옳기만 한 것들이었다. 가장 빛 된 기억은 고난을 참아내는 지혜였다. 돌아볼수록 그것이 합당한 가르침이었다. 그러기에 이 순간 부모님은 계시지 않아도 그 영혼에서 스며오는 무언의 사랑을 새삼 고마워한다.

이제 나 자신이 보이고 있다. 어쩌면 내 모습도 기우뚱한 마음의 자세는 아니었을까. 그래도 하루하루 빛을 향하여 걸음을 옮기던 시간이 생각해 볼수록 꿈만 같다. 빛의 밝기나 거리와 상관없이 반드시 따라가야 할 길이었기에 오늘이 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 길을 조금은 더디게 걸어갈지라도 이제 멈추지 않으려 노력한다.

때로는 고단하고 힘들겠지만, 이것이 건강한 삶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통로라 믿으며 갈 뿐이다. 고개 드니 눈부실 만큼 밝은 햇살이 내 앞에 쏟아져 내린다. 두터운 신앙이 되어 나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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