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꽤 괜찮다
혼자라도 꽤 괜찮다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18.07.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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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이번이 두 번째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4박 5일이라는 나름 긴 시간이었다. 지난번의 첫 번째 여행은 엿새 동안이었지만 반은 지인과 함께했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해야 하나? 아마도 실험 여행이라고 해도 되겠다. 어쨌든 짧은 시간이었지만 혼자 있던 시간들이 그리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인과 함께 있었던 날들이 불편했다는 말은 아니다. 집에서 해방되었다는 홀가분함과 여행이 주는 묘한 기분, 마냥 들뜨게 만드는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는 그동안 서로가 몰랐던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역시 여행은 사람을 알아가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 시간은 우리를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삼일째 되던 날, 지인을 버스 터미널에 태워다 주었다. 혼자라는 생각에서 인지 숙소로 가기가 싫었다. 텅 빈 숙소에서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 길로 바다로 방향을 돌렸다. 해가 지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주변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서서히 바다로 내려앉는 것이 보였다. 바닷가 층계참에 앉아 해가 물속으로 깊숙이 들어갈 때까지 나는 한참을 우두망찰 바라보았다. 그때 나는 느꼈다. 혼자여도 꽤 괜찮구나. 그리고 그곳에서 하루를 더 뭉그적거리다 삼일을 혼자 있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처음으로 느껴본 경험이었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을수록 더욱더,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 외로움은, 결코 자신을 속일 수 없으면서도 행복한 척 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써야만 하는 우리의 내면을 갉아먹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사코 아침마다 피어나는 장미꽃만을 보여주려 하고, 상처 입히고 피 흘리게 하는 가시 돋친 줄기는 안으로 숨긴다.' 지난번 여행에서 읽은 파울로 코엘로의 《불륜》속에 나오는 글귀다. 사람이 정말 힘들 때 그 누군가의 말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요즘 내게도 그런 감정이 가슴속에 웅크리고 앉아 답답하게 옥죄고 있었다. 어찌도 내 맘을 그리도 잘 읽고 있는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롯이 혼자였던 시간을 책에서 위로를 받는 순간을 맛보았다. 그 맛을 못 잊어 진짜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했다. 책을 잔뜩 싸들고 온 것도 물론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책을 읽는 시간보다 여기저기 산책을 많이 했다. 아무도 없는 수목원의 숲길을 걸으며,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나무 향을 맡으며 그렇게 자연 속에서 지냈다.

예전 우리 사회의 공동체 생활이 아름다웠다고 한다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할까. 시간은 흐르고, 가치관도 바뀌고, 사람의 사는 모습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요즘은 `누구'와 보다는 `혼자'서 하고 싶은, 해도 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경쟁사회에서 누군가와 비교당하고, 높아져야 하고, 많아지기 위해 뛰다가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볼 수 있고, 천천히 느리게,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누리고 싶어졌는지 모른다. 지금의 시간과는 정 반대로 흐르는 시간, 혼자 걷는 그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다. 왜냐하면, 그 시간을 경험해 본 사람은 가끔은 혼자라도 꽤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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