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토익 만점 수기
나의 토익 만점 수기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8.07.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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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학기말이 다가온다. 방학을 앞두고 있다. 시험을 잘 보고 후련하게 방학을 맞으면 좋겠으나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공부라 재밌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험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기말 시험을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이 되어 도서관에 책 읽으러 갔더니, 고등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 너희는 아직 시험 안 끝났구나.

남동윤 작가의 저자 강연회를 준비하면서 `귀신 선생님과 고민 해결'을 다시 읽었다. 아이들의 고민을 듣고 만화로 풀어낸 책이다. 학원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려원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리게는 초등학생부터 커서는 성인까지 성적과 공부 때문에 많은 고민을 갖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시험 끝나면 한 번 읽어들 보라고 `나의 토익 만점 수기'를 권하고 싶다.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나온 심재천 작가의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소설 맞다.

토익.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영어 의사 능력 소통 시험'이다. 사전적 정의야 그렇지만, 아마 이 글 읽고 있는 사람들이면 `취직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영어 시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취직을 위해서 최소 600점 이상의 점수를 가지고, 점수가 높을수록 취직에 유리한 시험이라는 정의가 달린 시험일 것이다. 아마 대학생들 한 번쯤은 토익 시험은 봤지 싶다. 80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바라는 회사들을 보며 왜 우리가 한국어가 아닌 영어를 공부하냐며 한탄하게 만드는 시험일 것이다.

주인공인 `나'도 마찬가지다. 취업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에 `지원자격 토익 800점 이상'이라는 공고에 590점인 성적표. 결국 토익 공부를 위해 호주로 가서 도미토리와 유스호스텔 등 값싼 숙소를 돌아다니며 영어 회화를 익혀간다. 숙소에서 만난 제임스는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며 접근하며 친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임스가 마리화나 씨앗을 옮겨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는 스티브와 만나게 되는데… 라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개그다. 지친 뇌가 아무 생각 안 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심사 위원들 평처럼 `무엇보다 너무 잘 읽혀서 오히려 걱정될 정도로'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액션도 있고 드라마도 있는 희한하고 엉뚱한 작품이다. 재빨리 바뀌는 뮤지컬 무대를 보는 느낌이었다. 앞에서는 화려한 춤과 노래가 계속되지만 이야기 전체 줄거리를 보자면 감동이 있는 이야기랄까. 어라? 하며 즐겁게 읽다 보니 이야기가 끝나 있더라.

그런데 이 작품의 이면에는 가족 이야기가 있다. 사랑 이야기가 있다. 한국의 현실 이야기가 있더라. 읽으면서 재밌고 비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처절한 현실 이야기를 읽은 거 같다. 그런데 그걸 드러나지 않게 요리한 작가를 알고 싶어진다. 3년간 무직자로 지낸 경험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 것 같다. 철저하게 계산하고 쓴 작품일 텐데, 코미디로 적절하게 숨겨 무겁지 않게 요리해냈다.

시험이 끝나서 다시 읽으려고 한다. 노파심에 덧붙여두자면 이 책은 대학생 이상 읽기를 권해 드린다. 그 이하는 이 책을 다만 재밌는 책으로만 기억할 거 같다. 취직할 즈음이 되어 토익 점수가 서류 제출 하한선에 걸려 애 좀 태워봐야 이 주인공이 왜 이런 짓을 하나 조금은 이해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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