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의 도덕 불감증을 우려한다
문화예술계의 도덕 불감증을 우려한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7.02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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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최근 벌어진 지역문화예술계 이슈를 보면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청주문인협회가 선정한 심사위원이 자작품을 자체 심사해 도마 위에 오르더니, 불과 일주일 만에 청주시문화재단 사무총장이 신규직원 채용과 관련해 시험지를 유출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지역 이슈로 불거지면서 청주문화예술계가 위축됐지만, 그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그들의 태도였다. 일부 사람들의 일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책임이나 공정의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를 보면 문화예술의 품격을 찾아보기 어렵다.

청주문협 일부 회원들이 공정성을 거론하며 애초 심사안을 밀어붙이려던 것처럼, 김호일 사무총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시험지를 유출한 게 문제의 응시자를 “꼭 뽑고 싶어서 그랬다”고 변명을 했다. 사태의 본질을 흐리듯 자기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 말을 그대로 옮기면 얼마나 꼭 뽑고 싶었던 우수한 인재였기에 100여 명에 가까운 지원자를 꼭두각시로 만들었는지, 꼭 뽑고 싶다고 시험지를 유출해도 좋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술자리에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진행된 채용 관련 과정을 보면 시험지 유출보다 더 개운치 않다.

분명한 불법 행위를 마치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 했다는 변명으로 정당화하려는 태도라면 청주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그간의 여러 과정을 보면 사태의 본질을 모르는 것 인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인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리더로서의 자격에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최근 벌어진 두 사건을 보면서 지역에 어른이 없음을 실감한다. 대충 얼버무리고 넘기려는 태도를 보며 언제부터 청주의 문화예술계가 도덕성도 공정성도 이처럼 뒷전으로 여겼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다. 감싸고 덮어주려 할 수록 허약해진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바늘구멍에 둑 무너진다'는 속담처럼 이런 일련의 문제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작가들을 좌절케 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이 조금이나마 시민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 이 즈음에 문화예술계의 도덕성은 왜 둔감해진 걸까. 가난해도 정신만은 고매해야 한다는 작가정신이 사라지는 것은 왜일까. 도덕성이나 공공성이 지원사업으로 흐려진다면 과감하게 끊어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청주의 전업작가가 폐업을 선언해야 하는 처지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지역문화예술계의 한계를 실감한 적이 있다. 붓을 놓아야 할 만큼 생활고가 절박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망은 간절했다. 그러면서도 “공사장으로 가야 한다”는 그의 말에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되고 있는 지역문화예술계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 보여줬다.

사실 10년 전만 해도 청주의 문화예술 수준은 이웃의 대전보다 자부심이 컸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청주를 부러워할 정도로 작가 정신이나 작품 수준이 높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전을 부러워하는 작가들이 생겨나더니 지금의 문화예술의 토대가 청주를 앞질러 멀리 가고 있다. 문화예술 불모지였던 대전이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지자체의 관심도 관심이지만 작가들의 노력도 컸다. 작가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문화로 대전의 문화를 만들었던 원동력이었다.

비록 도덕 불감증이 지역 문화예술계를 좀먹고 있지만, 열정과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밀고 온 작가들이 청주문화예술을 떠받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 늦기전에 지역 문화예술계 모두가 도덕성을 회복하는 일에 팔을 걷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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