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병역법
손흥민과 병역법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7.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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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알면서도 못 막는 골.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손흥민이 넣은 골을 두고 영국 스포츠 기자가 한 말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24일 멕시코전에서 2대 0으로 끌려가던 후반전 막판 상대 오른쪽 골 문전에서 특유의 왼발 감아차기로 골을 성공시켜 탈락 위기의 한국을 살려냈다. 이후 벌어진 독일과의 최종전에서도 그는 후반 전 추가시간에 이재성의 롱 패스를 받자마자 하프라인에서 50여m를 질주해 상대 골문에 쐐기골을 박아넣었다.

두 골 모두 상대 수비수들을 속수무책으로 만든 그만의 장기인 질주 본능과 골 감각으로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비록 멕시코가 스웨덴에 패하는 바람에 한국의 16강 진출은 무산됐지만 이번 월드컵은 한국이 세계 축구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있는 대회가 됐다.

무엇보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일찌감치 고국으로 돌려보냈다. 개막 전에 브라질과 함께 우승 후보 영순위라는 막강 전력을 보유한 독일이었지만 축구의 최변방 아시아의 세계 랭킹 하위 팀에 수모를 당하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독일에게 수모를 안겨준 한국 대표팀의 주역은 단연 손흥민과 신예 콜키퍼 조현우다. 손흥민의 맹활약과 함께 조현우의 신들린 듯한 선방은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영국 BBC가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 베스트 11을 선정했는데 이들 두 명이 모두 포함됐다. 32개 출전국 중 한국 대표 선수가 11명 중 2명이나 포함된 것이다.

이런 손흥민의 선전에 웃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그의 소속 팀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핫스퍼'다.

토트넘은 2015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뛰고 있던 손흥민을 구단 사상 최고액인 3000만 유로(딩시 환율로 397억원)의 이적료를 주고 영입했다. 이후 손흥민은 소속 팀을 2년 연속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시켰으며 2017~2018 시즌에는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골인 18골, 10도움으로 최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활약상에 몸값도 수직으로 치솟았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손흥민의 이적료는 9000만 유로에 달한다. 이는 손흥민이 2015년 레버쿠젠(독일)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때 받았던 이적료 3000만유로(397억원)보다 3배나 많은 액수다.

토트넘이 지금 손흥민을 내다 판다면 불과 3년 만에 세 배의 `순이익'을 남길수 있다. 영입 당시 구단 안팎에서 `너무 비싼 값에 샀다'는 핀잔을 들었던 구단으로서는 보기 좋게 대박을 낸 셈이다.

이렇게 승승장구 중인 손흥민이지만 그에게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병역 문제다. 만 26세로 한창 전성기인 그는 오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지 못할 경우, 내년 9월까지 한국에 돌아와 병역법에 따라 21개월간의 병역 의무를 마쳐야 한다.

이를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군 복무 대체 기부금 납부', `군 면제 기준 확대'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선수 생활 은퇴 후 군 복무' 또는 `은퇴 후 국가대표 지도자 복무' 등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얼마전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강제 군 입대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상황. 시대의 흐름을 정치권이 간파해 제2, 제3의 손흥민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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