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생일
가짜 생일
  • 박윤희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8.07.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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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박윤희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윤희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나는 1년에 생일이 두 번이다. 한 번은 가족과 보내는 생일이 있고, 한 번은 친구들과 공유하는 생일이 있다.

보통 한국 사람은 양력 생일과 음력 생일이 있다. 우리 부모부터 우리 세대까지는 음력 생일을 쇠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양력으로 생일을 쇤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도 모두 음력 생일을 해 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해마다 바뀌는 음력 생일이 불편한 모양이다. 나는 아이들의 음력 생일에는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양력 생일에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음력은 기억하려면 정초에 일 년간 제사나 생일을 달력에 미리 적어 놔야 한다. 나도 매년 새 달력을 받으면 제일 먼저 시 제사와 가족들의 생일부터 달력에 적어 놓는 일을 한다. 요즘은 달력이 아닌 휴대전화 숄 카렌더에 메모해 놓는다. 이렇듯 음력은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따로 메모해 두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요즘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음력과 양력 생일을 잘 알지만 나는 음력 생일과 호적의 생일을 안다. 내 생일과 전혀 다른 호적 생일. 이것이 나의 가짜 생일이다. 나의 호적 생일이 가짜 생일 된 사연이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외국에서 온 많은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SNS를 시작했다. SNS에 회원가입은 실명제로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이 있어야 한다. SNS 가입 후 나는 외국 학생들과 친구 맺기를 했다. SNS로 정보 교환, 안부, 대화, 행사 안내 등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나의 개인 정보가 그들에게 알려졌다.

1년 후 나도 모르는 내 생일에 많은 친구의 생일 축하 댓글이 올라왔다. 50여 명의 댓글과 축하 메시지를 받았지만 내 생일이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외국 친구에게 통역 불가로 그냥 생일이라고 대답했다. 호적이 줄어들어 실제 나이와 생일이 달라진 사연을 외국인이 알 리가 없다. 그 후 내 생일이 일 년에 두 번이 되었다.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젠 슬슬 기다려진다.

올해도 변함없이 나의 가짜 생일에 전 세계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축하 메시지나 칭찬의 말이 쉽게 나오지 않던 나도 이젠 SNS 친구의 생일 메시지가 뜨면 아낌없는 축하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그동안 칭찬과 축하의 말에 인색했던 나 자신을 반성해 본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면 못 할 이유가 없다. 오늘도 가까운 지인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한 통씩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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