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꾼 뽑는 데 정당공천제 필요한가
지역일꾼 뽑는 데 정당공천제 필요한가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7.01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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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공천 헌금'을 줬다는 폭로가 나와 지역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떠돌던 얘기가 사실로 터져 나온 것이다.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섰고, 시민사회단체도 의혹을 엄정히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폭로는 공천 로비 실패에서 비롯됐다.

청주시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박금순씨(전 청주시의원)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해 지난 4월 변재일 충북도당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임기중 전 청주시의장을 만나 “공천을 받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임 전 의장은 “최대한 돕겠다”며 2000만~3000만원을 요구했고, 박씨는 현금으로 2000만원을 건넸다가 일이 잘 되지 않자 돈을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폭로내용이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공천 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공천을 미끼로 두 사람 사이에 돈거래가 오간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일탈인지 아니면 말로만 떠돌던 공천 장사가 있었는지는 수사로 밝혀야 한다.

말로만 떠돌던 `공천 장사' 시도가 실제 있었다는 점에서 지역에 던진 파장이 크다. 무엇보다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도록 표를 몰아줬던 도민들이 느낄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정당 공천제에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천 잡음이 불거져 나왔고, 공천에 반발한 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잇따르면서 정당 공천제 회의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동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주장은 시장, 군수, 구청장 협의회 등에 의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당공천이 정당의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정당공천이 해당 선거구의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혹은 지역위원장들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어왔던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당이나 국회의원의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공천에 영향을 주게 되고, 공천이 아닌 사천(私薦)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지방자치의 취지인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지역의 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측면도 노출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중앙당이나 국회의원 등이 연계된 이른바 `공천 장사'가 지방분권의 정신을 퇴색시킨다는 목소리도 컸던 것도 사실이다. 본래 정당공천은 무분별한 출마와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고, 정당의 책임정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정당공천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현역의원이나 지역구 위원장이 자신의 영향력하에 있는 인사를 공천함으로써 지역의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지역구 주민보다는 도당위원장이나 국회의원에게 줄 서게 하는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물론 정당공천제 폐지가 오히려 내부적인 은밀한 내천으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지방자치 현장에서의 정치 불신, 각종 부작용을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당 공천제 폐지 문제를 꺼내 공론화할 때가 됐다.

그러지 않으면 지방선거 출마 후보와 국회의원 간 공천 장사 악습은 없어지지 않는다.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 정당공천제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적극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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