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2
Again 2002
  •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8.06.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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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당시의 환희와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의 소중한 기억입니다. 그러기에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은 늘 그 기억을 간직한 이들에게 가슴 두근거리는 날들입니다. 한일 월드컵 당시 유럽의 강호들을 무너뜨리며 4강 신화를 이뤄낸 대표팀은 국민적 영웅이 되어 길이 남을 스포츠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최고 기억에 남는 순간은 16강 이탈리아를 만나 연장전에서 안정환 선수의 헤딩 골든골일 것입니다. 온 국민이 그 장면을 보고 목이 쉬어라 소리치며 방방 뛰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나가 된 아름다운 기억을 재현하길 늘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한국대표팀의 성적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16강 진출 성적이 가장 좋은 결과였습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승도 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으로 돌아왔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축구협회의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늘 파벌싸움과 제 식구 감싸기로 사람들에게 점점 2002년 감동을 기억하기보다는 체육단체들의 적폐가 만연해 있고 희망이 없는 조직으로 보여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 보입니다. 지난 스웨덴과의 첫 경기 거리나 시청 앞에 운집한 관중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그 불신은 대표 구성과 최종엔트리에서도 불똥이 튀어 온갖 소문과 비난이 줄을 이었습니다. 저 선수는 왜 뽑았는지? 어느 학교 출신인지? 누구 후배인지? 등등 꼬리를 무는 의문은 더 이상 국민을 TV 앞으로 오지 않게 하였습니다.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펼쳐진 최종평가전에서 초라한 성적으로 볼리비아 전과 세네갈 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니 신태용 감독의 트릭전술에 대해 빗발치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언제까지 트릭을 쓸거냐고 혹시 다음 월드컵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고 실험만 한다고 하여 과학자 신태용이라고 부르는 댓글들도 여럿이었습니다.

지난 18일 스웨덴과의 첫 경기 최종 수비수 장현수 선수의 깊은 태클로 페널티킥을 얻게 되었을 때 해당선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국가대표에서의 퇴출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을 박탈해야 한다고 까지 말하는 극단적인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긴 한데 국민의 비난 화살은 때론 정도를 지나친 듯 느껴집니다. 심지어 선수의 가족들까지 무차별적 공격으로 선수 외에 주변인에게까지 상처를 남겼습니다. 못하면 잘하라고, 잘하고 있으면 더 잘하라고 응원하는 것인데…. 팬들의 도를 넘는 행동은 많은 이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어느 국가대표가 경기에서 지길 원하고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길 원하겠습니까? 최선을 다해서 피땀을 흘려서 노력했지만 원하는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팬으로서 화가 나는 심정도 이해는 되지만 인신 공격적이며 모욕적인 발언은 삼가길 바랍니다.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다행히 마지막 날 보여준 전 월드컵우승국이며 피파랭킹 1위 독일을 이긴 경기는 지난 몇 달간의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국민의 속을 뚫어준 시원한 슛으로 다시 한번 우리를 기쁘게 해준 대표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승리와 우승만이 우리를 감동으로 이끄는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경기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보며 너무 달려 근육에 햄스트링이 나고 몸을 사리지 않고 골을 막는 그들의 투혼에 우리는 감동을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에는 조금 부진했지만 점점 경기력을 향상시키며 최후에는 감동으로 이끌어준 월드컵 축구대표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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