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릿츠
허브 릿츠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8.06.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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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사월 하순, 무려 1백 점이나 되는 허브 릿츠 사진전을 보고 정교한 기술, 신선한 상상력, 시각적인 전략을 느꼈다. 허브 릿츠. 그는 1952년 8월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브렌트 우드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뉴욕 허드슨에 있는 바드대학에서 경제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 24세에 처음으로 미란다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는 영화배우 브룩 쉴즈와 마드모아젤에 실릴 커버사진을 작업하고, 산타모니카에서 매트 콜린스와 첫 번째 패션화보를 완성했다.

사진에 입문한 지 불과 6년 만인 1982년부터 지안 프랑코 페레 등 유럽의 패션디자이너들과 작업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웠다. 1985년 LA Ray Hawkins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 무렵 마돈나와 첫 촬영을 하고 나서부터 여러 차례 작업을 같이하는 등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을 쌓았다. 1987년에는 산타모니카 블루버드에 스튜디오를 내고 좀 더 세련된 사진가로서의 역량을 이루고자 힘썼다.

그는 전 세계의 정치인이나 왕족에게 배포하는 피렐리 캘린더에 `여성에 대한 찬사'를 주제로 모델 신디 크로퍼드, 헬레나 크리스텐슨, 카렌 알렉산더, 케이트 모스와 함께 아일랜드와 바하마를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제작했다.

1996년 보스턴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는 25만명이나 되는 관람객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그는 80년대에서 90년대의 20여 년 동안 패션계에 군림하면서 사진을 찍을 때 빛의 콘트라스트를 중요시하고 암실에서도 톤을 잘 만들어내 인화기술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어떤 때는 자신이 만족하는 사진을 얻기 위해 암실에서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작업하는 끈기를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여성의 눈빛, 풍만한 가슴과 히프, 허리와 부드러운 다리를 나타내는데 실력을 과시했으며 남성의 탄탄한 근육, 넓은 어깨와 강렬한 시선도 잘 담아내는 등 예술성을 높여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또 사진작품에 남자의 성기를 과감하게 드러나게 하여 많은 여성의 관심을 끄는 면모도 보였다.

당대의 인기 스타들과 모델들의 누드로 명성을 떨친 그의 패션사진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패션, 회화, 조각, 영화 등의 선두주자인 조지 허렐, 호스트 풀 호스트, 루이스달 울프, 어빙 팬, 리차드 아베돈의 사진작품에서 다양한 지식을 얻은 그는 기존의 패션에서 새로운 패션스타일을 창조하는 데 집중했다.

보그, 타임지, 롤링스톤, 인터뷰, 베니티 페어 등 유명잡지의 커버사진에 그의 사진이 상당수 실렸다는 것에서 이를 증명한다.

그는 모델 각자의 개성과 아름다움의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승화되어 누구든지 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할 정도의 매력을 풍겼다.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그는 과거의 문화를 현시대의 방식으로 재현해 내기 위해 늘 고민하고 연구하여 자신의 스타일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그는 행운아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의 황금기인 1970년대에서 90년대가 그가 사진을 배우는 시초에서부터 명성을 떨친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국 패션의 중심지 뉴욕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을 대상으로 작업하여 확고한 위치를 다지고, 미국의 대표사진가로 자리매김한 의미는 우연이 아니라 하겠다.

독창적인 스타일을 가진 그의 작품은 패션이나 누드, 광고에서 예술에 대한 겸허함과 신중함을 읽을 수 있어서 지금도 영원한 프로사진가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패션과 누드사진가인 그는 2002년 12월 에이즈환자인 약한 몸이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엘 미라주에서 벤 에플렉과 베니티 페어에 실릴 화보를 촬영하다가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50세의 젊은 나이에 그는 갔지만 그의 유언에 따라 허브릿츠재단이 설립되어 현재도 HIV와 에이즈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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