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쟁이 시작된다
진짜 전쟁이 시작된다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2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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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바야흐로 진짜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나고 지금부터 그야말로 본격적인 숨 고르기가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국정농단과 극렬한 편 가르기로 반쪽짜리에 불과했던 나라를 구한 건, 역시 상상하기 힘든 국민의 촛불 혁명이었다. 광장의 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 1년은 숨 고르기 힘들 정도로 위기의 연속이었다. 한반도는 그 어느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아지는 전쟁위기로 전전긍긍했고, 해묵은 적폐청산은 촛불이 넘겨 준 시대의 과제였다.
다행히 우리는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극단의 찬사가 숨겨지지 않을 만큼, `사람' 혹은 `나라'와 `대통령'다운 진정성을 찾아내면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위기 극복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1년. 국민은 정부를, 엄격히 말하면 대통령과 청와대를 파격적으로 지지해 줬고, 반대세력에는 가차 없는 엄벌을 내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가히 세기적이라는 북미회담을 이끌어낸 위대한 중재와 한반도 중심 외교의 운전대는 아직은 별다른 궤도 이탈의 염려 없이 잘 굴러가면서 신뢰를 잃지 않고 있다. 이번 6·13지방선거의 결과는 그런 평화에 대한 기대와 야당의 헛발질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와 민생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녹록지만은 않다. 평화와 안보, 외교 등의 대의명분은 절대적이지만, 국민 개개인에 이르면 절명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법. 먹고사는 일과 부자가 되고 싶은 꿈 앞에 트럼프가 됐든, 시진핑이나 푸틴,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모두 핵심의 위치에서 벗어나게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경제정책(J노믹스)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3가지가 기조를 이루고 있다. 이중 소득주도 성장은 이미 지난해에 비해 16.4% 오른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에 두고 있다.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증가 및 투자 확대, 저녁이 있는 삶 등의 긍정적 순환체계를 기대하는 것인데, 이게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압박이 되면서 오히려 소득이 줄거나 고용불안 등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만들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큰 틀은 마음에 드는데, 정작 이로 인해 잔업 금지 강요(여기에는 근로시간 단축도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등 사용자의 교묘한 변칙으로 소득 감소를 걱정하게 되는 개별적 역차별이 크게 불안한 심리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고용과 노동의 공감대를 비롯해 성실한 근무를 기저로 하는, 임금인상과 집중된 노동을 통한 효율성의 확대 및 생산성 증대라는 `사람다운' 노동과 고용의 도덕성 회복의 건강함을 설득하는 정부의 노력 부족이 원인의 시초다. 한 마디로 짧은 시간 동안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그로 인해 예전과 다르게 얻어낼 수 있는 시간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의 확대를 통해 사람답게 사는 일의 소중함을 먼저 깨닫게 해 줘야 했다. 그리고 그런 여가 활동을 통해 나타나는 소비를 통해 생산과 소비의 건전한 경제적 선순환 체계가 갖춰지면서 성장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
J노믹스에서의 혁신성장 역시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토지자본에 의지하는 성장과 부의 축적이라는 왜곡된 구조에 길들여 왔다. 거기에 대기업 중심의 편중된 경제구조로 인해 사회적 투자는 외면한 채 재벌의 이익 잉여금만 축적시키는, 한마디로 말해 돈의 흐름이 대기업의 주머니에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경제적 구조에 길들여져 왔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부속품에 불과했고, 정권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시시때때로 일시적 건설경기에 의존하거나 그 흐름의 극단적 병폐인 부동산 경기부양의 극약처방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건물주가 조물주보다 훨씬 위압적이거나, 건물주가 되는 것이 장래 희망이라는 어린이가 생길 정도다.
지방권력을 민주당에 독점적으로 부여한 국민의 준엄한 뜻은 이처럼 디테일한 민생을 선출직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서 꼼꼼하게 살펴보라는 명령이다.
오늘 밤 우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경기에서 희망고문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고문처럼 힘들더라도 희망을 멈출 수는 없는 것. 문재인 정부의 전쟁은 정작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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