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만남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8.06.26 2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신금철 수필가

 

집을 나선다. 아파트 현관문을 여니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 서너 명이 눈에 뜨인다. 하루만 보지 않아도 보고 싶은 손녀 때문일까? 행여 옆집에 사는 손녀가 아닐까 눈을 굴려본다. 오늘의 첫 만남이다.

시내버스에 오르니 많은 사람이 내게 시선을 쏟는다. 그러나 반가움이 아닌 습관적인 시선이다. 나 역시 그들의 시선에 무관심한 채 자리를 잡고 앉는다.

만나기로 약속한 대학 동창들 여섯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달 만에 보는 그들이 반가워 악수를 하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만남이 즐겁다. 오랫동안 끈끈한 정을 나누고 지내온지라 마음이 통하고 서로 이해하며 우정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집을 나서 많은 이들을 만났지만 다정한 눈빛도, 사랑도, 미움도 없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만남,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만남도 있었다. 거리를 스치던 사람들의 만남은 만남이 아니었고, 함께 대화하며 안부를 묻고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눈 동창들과는 진정한 만남이었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 부모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가족, 친척, 친구, 나아가 이웃, 사회, 국가, 세계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방 안에서 혼자 숨어 세상을 살기 불가능하다면 만남이 없이는 살아가기 어렵다. 좋은 사람도, 싫은 사람도 만나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만남은 인생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운명적인 만남, 우연한 만남, 계획적이고 의도된 만남, 어떤 방식이든 만남으로 인해 행복할 수도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우리 민족에게 6월은 슬픈 달이다. 아픈 역사인 6·25 전쟁으로 말미암아 나는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의 얼굴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두 살배기 딸과 아버지의 만남은 고작 일 년도 채 이어지지 못해 평생을 그리움으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이들이 6·25전쟁으로 인해 나처럼 아버지를 잃거나 가족과 헤어져 생사도 알 수 없어 이산의 슬픔을 겪고 있다. 남북 분단 때문에 그리운 가족을 만나지 못해 애태우는 분들의 아픔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아픔이요, 비극이다.

1983년 6월부터 11월까지 한국방송공사가 `누가 이 사람을 아시나요?'라는 타이틀로 기획한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서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 얼싸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며 눈시울을 적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의 만남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고 감동이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들이 만나고 북한과 미국의 정상들이 회담을 개최하는 등 평화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희미하나마 햇살이 비치고 있다. 이산가족의 만남이 성사되기를 바라는 온 국민의 마음이 설렌다.

우리 대통령과 북미 정상의 만남은 단순한 개인적인 만남이 아니라 국가를 초월한 세기적인 만남으로 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부디 3국 정상들의 만남이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고 이념의 논리로 이산의 아픔을 겪는 가족들이 얼싸안는 벅찬 환희의 만남이 성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어머니가 그리워 눈시울을 적시는 나처럼 그리운 사람을 만나지 못해 더욱 가슴 태우는 6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