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잣대는 공정성이다
신뢰의 잣대는 공정성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6.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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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문인협회가 `직지노랫말 공모전'을 주최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충북 도민을 대상으로 60여 점의 노랫말을 접수해 심사하는 과정에서 수상작인 2개의 작품이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의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난을 받은 것이다. 따가운 여론에 당선작 발표를 번복하던 협회 측은 우왕좌왕 끝에 백지화 후 재공모를 결정했지만, 수습 과정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간과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이번 사태는 당선작이 발표된 후 일부 회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당선자도 당선 작품도 비공개 처리하자 회원들의 공개 요구가 잇따랐다. 이에 협회 측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비공개를 고수하다 뒤늦게 공개하면서 결국, 자체심사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심사에 공정성이 문제 되자 2차 심사위원회를 열고 문제가 된 두 작품만 탈락시킨 채 당선자와 당선작을 2차로 공개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이미 악화된 여론에 전면 백지화 요구가 힘을 받으면서 협회 측은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재공고에 따른 내부 반발도 컸다는 후문이다. 응모자가 심사위원을 맡은 것은 잘못됐지만 심사는 공정했다는 주장이었다고 하니 공정성의 잣대가 궁금할 따름이다. 더구나 당선작 중 직지 관련 노랫말에 심각한 오류도 눈에 띄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이번 공모에서 응모자와 심사위원이 동일인이 된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행사를 치르는 입장에서 보면 돈이 되는 일도 아니어서 회원들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 회원들을 독려해 응모작 수를 늘려야 하고 심사까지 위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속사정을 고려해보면 이번 공모전도 계획이나 의도 없이 응모와 심사가 병행됐으리라 추측된다.

그러나 여러 사안을 충분히 고려한다 해도 협회의 공공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성은 일반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가치이기에 신뢰를 우선시해야 한다. 공공의 영향력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만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심사에 공정성이 훼손되면 철회가 마땅하다. 그럼에도, 작가정신을 부르짖는 문인들이 이를 두고 내부 논란을 빚었다는 것부터가 청주문인협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이는 공모전이나 심사의 문제를 떠나 청주문인협회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되돌아봄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미이다.

효율성이란 명분으로 절차가 관례화되거나 고착화 될 때 신뢰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협회의 열악함에도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은 공모라는 절차가 존중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또 60년이 넘는 청주문인협회의 역사를 더 자랑스럽게 만드는 일이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용기다. 실수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법은 각성과 반성이다. 다행히 협회 측은 사과문을 통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임시총회를 열어 이번 공모전 논란의 수습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공정한 경쟁의 장이 펼쳐지길 바란다.

이번과 같은 일은 어느 단체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드러나지 않게 지역 문화예술계 일각에는 끼리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한두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것이 아니라, 지역문화예술계 모두 각성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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