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벤트
월드컵 이벤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6.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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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지구촌 최대 축제, 월드컵 축구 열기가 전 세계를 달구고 있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어쩐지 예전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왜일까.

개막 직전에 있었던 제7대 지방선거와 북미정상회담이란 `초대형 이벤트'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설득력은 그리 없어 보인다. 어떤 이는 독일, 멕스코 등 `넘사벽' 수준의 세계적 강호와 한 조가 된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예 기대감을 접은 때문에 월드컵 열기가 시들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지난 18일 한국의 첫 조별 리그 경기인 스웨덴전의 지상파 TV 시청률은 무려 54.8%에 달했다. 이어 벌어진 24일 0시 멕시코전의 시청률은 46.3%. TV를 켜놓은 2가구 중 1가구가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의 첫 번째 경기인 대 러시아전 시청률이 38.6%였던 것을 감안하면 되레 국민적 관심은 더 높아졌다.

그러나 시청률만 높아졌을 뿐 실제 월드컵 열기가 이전보다 식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우선 거리 응원이 사라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수백만 인파가 몰리며 거리 응원의 성지로 자리 잡은 서울 광화문~시청 거리는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거리 전체를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응원단이 매웠던 과거의 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18일 스웨덴전을 응원하려고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1만7000명이 고작이었고, 24일 멕시코전에도 1만3000명에 불과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에서 서울광장에 20만명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10만명이 몰린 것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수치다.

그러고 보니 이번 월드컵 때부터 갑자기 사라진 게 하나 있다.

바로 식당이나 호프집 사장님의 `이벤트'다.

`한국이 첫 골 넣으면 호프 1000cc 무료', `식사하며 응원하면 소주 1병 공짜' 등 단골로 등장했던 음식업소들의 이벤트가 자취를 감췄다. 기업들의 마케팅용 이벤트도 대부분 사라졌다. 국가대표와 이름이 같으면 KTX 열차표 공짜(코레일), 16강 진출 시 10만원 캐시백(LG전자), 호텔 객실 120개 무료 제공(노보텔앰배서더) 등 4년 전의 열기는 온데간데없다.

장광설이었지만 결론은 `불황' 같다. 팍팍해진 삶에 식당 주인도, 호프집 사장님도 예전 같은 `통 큰' 선심을 쓰지 못하고, 샐러리맨들도 외식이 부담스러워 치맥으로 집에서의 TV응원전에 만족하고 있다.

22일 정유섭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인천 부평갑)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올해 1/4분기 종사자 수 5인 미만 전국 자영업자(음식, 숙박업, 소매업, 학원 등 7개 업종) 월평균 매출액을 공개했다. 3372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2.3%나 줄었다. 이 추세라면 3~5년 안에 문을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가 절반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20년 전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 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장담했던 정부 정책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 지 점검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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